정부 ‘K-멜로디’ 이르면 내년 시행
기업-기관 데이터 통합학습 AI 개발
“기밀 유출 우려 없이 성능 향상”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바이오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도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과 기관의 데이터를 통합한 AI 플랫폼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 가겠다는 전략이다.
3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K-멜로디(MELLODDY)’ 사업이 현재 예산 심의를 진행 중이다. K-멜로디 사업은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 및 기관들의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공유함으로써 국내 AI 신약 개발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는 시도다. 이르면 내년부터 사업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AI 기반 신약 개발이 그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로 학습 데이터 부족을 꼽는다. 약물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데 드는 시간이 많게는 10년 이상, 비용은 1조 원 이상이다 보니 시험 데이터 하나하나가 기업의 기밀 정보였기 때문이다.
K-멜로디는 기업이 약물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킨 뒤 그 결과값만을 공유하는 방식의 학습법을 활용할 방침이다. 마치 ‘암호화’된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과 유사해 다른 기업에 초기 데이터를 유출하지 않을 수 있다. 김우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 센터장은 “이 방식을 활용하면 데이터 유출 없이 참여 기업의 모든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유럽 역시 유럽연합(EU) 멜로디 프로젝트를 통해 이 같은 방식을 시행한 바 있다. 2019년 아스트라제네카, GSK, 노바티스 등 유럽 주요 제약사 10개 및 주요 대학 및 연구기관은 K-멜로디의 롤모델이 된 EU 멜로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각 기업이 개발한 AI보다 성능이 4%가량 향상된 AI를 개발할 수 있었다. 예종철 KAIST 교수는 “K-멜로디에서 활용할 기술은 보안을 강화하면서 성능도 향상된다는 점이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며 “유럽보다 더 좋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K-바이오’가 글로벌 빅파마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 바이오 업계의 기술 수준은 미국의 약 78% 수준으로, 신약 개발 투자 금액이나 전문인력 수에서도 크게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AI는 아직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기술적 차이가 크지 않다”며 “빠르게 AI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우리나라도 승산이 있다”고 했다.
K-멜로디는 신약 연구개발(R&D) 단계에서 후보 물질의 대사, 독성 등을 예측하는 AI 개발에 먼저 도전할 계획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21개 제약 기업이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참여 후보 기업인 동아ST의 한태동 상무는 “한국형 멜로디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신약개발 데이터 협력 시스템이 구축돼 국내 제약기업들의 신약 개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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