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열풍에 GPU 수요 크게 늘어
엔비디아, 장중 시총 1조 달러 넘어
“메모리 반도체도 AI특수 누릴 것”
삼성전자-SK하이닉스 52주 신고가
‘인공지능(AI) 파워’가 얼어붙은 반도체 시장을 녹이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생성형 AI ‘챗GPT’ 열풍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AI용 GPU의 90%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24일(현지 시간) 월가 예상치를 53% 상회하는 2분기(엔비디아 회계 기준 5∼7월)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이후 ‘AI 훈풍’은 메모리 반도체에까지 확산됐다. AMD, TSMC,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 엔비디아, 시총 1조 달러 찍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30일 401.11달러로 마감해 연초 대비 180.2% 급등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24일 장 마감 후 깜짝 실적을 내놓은 뒤 25, 26일 이틀간 27.5% 치솟으며 글로벌 증시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가 24일 밝힌 2분기 실적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한 110억 달러다. 이는 엔비디아 사상 최대 실적이자 월가 전망치보다 53% 많다. 투자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이 같은 전망치가 발표된 이후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30일 장중 한 때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기업으로서는 첫 1조 달러 클럽 가입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기세를 몰아 2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포럼에서 AI 서버용 최신 제품을 대거 공개하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 진출 등 사업 확장 계획도 발표했다.
미 월가에서는 ‘AI 골드러시’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생성형 AI 서비스 프로그램 챗GPT에서 비롯된 AI 돌풍이 실질적인 AI 서버 수요 폭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대표 수혜주’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GPU는 빅데이터를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하는 AI 서버 필수 반도체다. 생성형 AI 서비스뿐 아니라 향후 자율주행 확산에도 필수적인 반도체로 꼽힌다. 게다가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에 따르면 이전 버전의 챗GPT에 약 1만 개의 GPU가 필요했지만 업데이트된 최신 버전에는 3∼5배의 GPU가 필요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 시간) 열린 한 행사에서 “현 시점에서 GPU는 마약보다 구하기 어렵다”고까지 말했다.
● 메모리 반도체 경기도 살아날까
AI 훈풍은 반도체 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엔비디아 경쟁사 AMD 주가도 최근 5일간 20% 이상 급등했고, 같은 기간 엔비디아가 설계한 GPU를 제조하는 TSMC 주가도 12%가량 뛰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29일 “엔비디아만 떠오르는 AI의 수혜 기업은 아니다”라며 메모리 반도체, 특히 D램이 AI 특수(特需)를 톡톡히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43%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도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 답을 내놓는 AI를 위해서는 GPU와 함께 정보를 빠르게 저장하고 전송하는 D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3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각각 2.70%, 0.92%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달성했다.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4% 오른 2,585.52에 마감해 연고점을 경신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더딜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에 메모리가 과연 AI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가진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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