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금강 표준물질 국산화… 자동차 철강산업 토대 다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1일 17시 07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분석평가연구센터는 자동차, 철강 산업 등에 널리 활용되는 합금강 표준물질 국산화에 성공해 금속소재의 품질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상용표준물질 개발·보급 사업’을 통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이 ‘자동차 및 기계부품용 합금강 표준물질’ 개발에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금속 관련 표준물질의 경우 사업성이 낮아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에서 필요 표준물질을 수입해왔다.

김성남 RIST 분석평가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금속소재 중 자동차 및 기계부품용 합금강은 강재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품목이기 때문에 표준물질을 적용한 객관적 시험분석 결과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라며 “하지만 해당 표준물질을 취급하는 기업이 외국,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수입에 의존해야만 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는 자국 산업의 보호를 이유로 일부 표준물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판매량을 기업당 10개로 제한하기도 했다”라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RIST의 이번 합금강 표준물질의 개발은 산업계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시작되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NIST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표준물질의 개발을 의뢰했다. RIST는 상용표준물질 개발·보급사업 지원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를 통해 국내 최초로 합금강 표준물질의 개발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RIST는 합금강 표준물질 개발과정에서 기업과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표준물질 6종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한, 추가적으로 6종의 표준물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국산 합금강 표준물질의 공급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관 내에 표준물질의 생산 기반을 새롭게 조성했다. 표준물질 개발에 참여한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 백기엽 과장은 “무엇보다 합금강 표준물질 개발로 철강 연구지원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며 “그동안 해외에 의존하던 표준물질을 국내에서 공급받을 수 있게 되고 국제적으로 객관성을 인증받은 표준물질을 활용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RIST가 개발한 국산 합금강 표준물질의 가치는 미국의 NIST 표준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국제적 인증’을 확보했다는 데 있다. 한국인정기구(KOLAS)는 지난 3월 국제인정기구(ILAC, IAF)로부터 표준물질 분야에서 상호인정협정(MRA) 가입을 승인받았다. 이에 KOLAS의 인증을 획득하게 되면 국제인정기구에서 인증을 받은 것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KOLAS 인증을 획득한 RIST의 합금강 표준물질 역시 MRA를 근거로 국제적 객관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김성남 수석연구원은 “표준물질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인 활용,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 등이 병행돼야 한다”라며 “정부와 학계, 산업계의 전방위적인 협업이 이뤄진다면 국산 표준물질의 경쟁력 또한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표준물질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정부지원 정책도 확대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상용표준물질 개발·보급사업을 통해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을 비롯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세라믹기술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18개 전문기관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표준물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에는 기업 수요조사를 비롯해, 학계 간담회, 전시회 참여 등을 통해 국내 표준물질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국가기술표준원 오광해 표준정책국장은 “표준물질은 소재·부품·장비의 품질과 성능측정의 필수 요소이자 미래 핵심산업 경쟁력의 초석”이라 강조하고, “표준물질 개발은 물론, 국산 표준물질이 학계와 업계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국내외 유통과 사업화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