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통신 서비스가 시작된 지 4년이 지났다. 지난 4년간 우리나라의 5G 가입자는 꾸준하게 증가해 최근 3000만 명을 돌파했다. 스마트폰 사용자 중 대략 3명 중 2명이 5G 서비스를 받고 있는 셈이다. 5G 네트워크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화상회의, 소셜네트워크 및 미디어, 핀테크 등 삶에 필수적인 기능을 뒷받침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5G의 체감 전송 속도는 평균 800Mbps로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에 비해 5배 이상 향상됐다. 서비스 영역 또한 일부 산간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을 커버하게 됐다. 5G 도입 초기의 목표들이 전부 실현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인정하더라도 한국은 5G 성능 지표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대중의 평가는 인색하기만 하다. 5G 품질과 커버리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며 요금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이는 본질적으로 큰 불만이 없었던 4G LTE 서비스에 비해 5G가 제공하는 차별점이 적다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기술은 시행착오와 부침을 겪으면서 고도화되기 마련이다. 다소 부족한 점이 있으나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와 세계 최고의 서비스 품질을 우리 스스로 폄훼할 필요는 없다.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전 세계 1위이고, 5G 네트워크 장비는 미국, 일본, 인도, 유럽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은 또 5G 표준 핵심 특허의 25% 정도를 확보하고 있다.
법칙으로 표현하기에는 다소 과할 수 있으나 홀수 세대(1G, 3G)에서 부족했던 기술적 약점이 짝수 세대(2G, 4G)에서 완성된다는 말이 있다. 2030년을 목표로 한 6G에 대한 글로벌 레이스는 벌써 시작됐다. 중국은 5G에 이어 6G도 선도할 목적으로 국가 주도의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6G를 미래 산업 경쟁력 및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디지털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 국가적 지원을 위한 미래 네트워크 법안(Future Networks Act)을 통과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유럽과 일본 역시 대규모 R&D 프로젝트를 통해 6G 기술 개발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강대국들이 6G에 사활을 거는 데는 이유가 있다. 6G는 앞으로 로봇, 차량, 기계 등 모든 만물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전 산업이 자동화되는 ‘디지털 전환’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변화 속도가 월등히 빠른 정보통신 산업에서는 세대 전환기마다 기술 주도권을 놓쳐 버리고 몰락한 기업들과 그 틈을 노린 새로운 강자들이 나타났다. 노키아, 블랙베리, 모토로라의 빈자리를 애플, 삼성, 화웨이 같은 신흥 강자들이 채워온 것이다. 컴퓨팅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6G 시대를 준비하며 구글과 메타 같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 역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6G 연구의 초기 단계인 지금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6G라는 대전환의 흐름을 잘 활용할 때 우리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고 정보통신 강국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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