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콘텐츠, 디자인 모든 면에서 지금까지 봐온 증강현실(AR) 제품들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AR피디아는 교육열 높은 중화권에서 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확신한 ‘스튜디오A’의 제프리 청 대표는 한걸음에 한국으로 달려와 AR 독서 솔루션 AR피디아를 만드는 웅진씽크빅과 계약을 맺었다. K에듀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웅진씽크빅은 24일 대만에 거점을 둔 폭스콘 관련 기업으로 폭스링크 그룹 자회사인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 기업 스튜디오A와 AR피디아 수출·유통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웅진씽크빅은 대만은 물론 중국, 홍콩, 마카오 등 광대한 중화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AR피디아는 책 속 등장인물, 그림 등을 증강현실 기술로 구현해 입체적인 시청각 경험을 제공하는 독서 제품이다. 태블릿과 책 세트로 구성됐으며, 단순히 실감 나는 화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소방관이 돼서 불을 끄고, 개구리를 해부하는 등의 실험을 3차원(3D)으로 체험할 수 있다.
계약 체결 후 웅진그룹 청계사옥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청 대표는 예상 판매량에 대해 “6∼9개월 내에 10만 세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튜디오A의 다양한 유통망을 활용할 계획이다. 스튜디오A는 대만 내 4000여 개 학교와 160만 명의 학생 회원을 대상으로 애플 기반의 교육 기기를 보급하고 있다. 한국에 오기 전 대만 타오위안, 가오슝, 신베이 지역의 교육기관들과 AR피디아 보급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켰다는 것이다. 우선 해당 지역의 공교육 현장에 제품을 공급한 뒤 애플 매장 등의 B2C(기업 대 소비자) 채널을 통해 고객층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중국, 대만 등지에서 AR피디아를 아이패드만큼 인기 높은 정보기술(IT) 기기로 만드는 것이다. 중화권은 애플 제품군이 두꺼운 사용자층을 확보한 곳이다. 청 대표는 “대만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아이패드 수준으로 AR피디아를 보급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직영 애플숍을 운영하는 스튜디오A는 재구매율이 80%에 달하는 충성도 높은 회원 234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인터뷰에 함께 참석한 이재진 웅진씽크빅 대표는 “AR피디아의 글로벌 경쟁력이 구체적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화권 시장을 시작으로 일본, 중남미 국가들로도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그동안 각종 국제 교육 박람회에서 입소문을 탄 AR피디아는 굵직한 상을 다수 수상했다. 그중에서 이 대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상은 세계 최대 교육 박람회인 영국 ‘Bett’에서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뽑은 ‘2022 Kids Judge Bett’을 받은 것이다. 타깃 고객인 어린이들이 많은 제품을 체험해본 뒤 AR피디아를 뽑은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에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2년 연속 혁신상을 받은 것도 국내 교육기업 최초의 성과다.
청 대표가 AR피디아를 처음 접한 것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행사에서 AR피디아 부스를 방문했을 때였다. 제품을 직접 체험해본 그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기존에 중화권에서 출시된 AR 교육 제품들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제품이었다. 부스에서 받은 명함 한 장 달랑 들고 웅진씽크빅을 수소문하기 시작한 그는 여러 경로를 거쳐 4개월여 만에 초스피드로 한국에 와서 계약까지 체결한 것이다.
청 대표는 계약하기 전 AR피디아 시제품을 대만 교육 현장에서 시장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쳤다. 타이베이 초등학교 1학년 영어 수업과 신베이 초등학교 3학년 대상 자연 수업에서 AR피디아를 활용했다. 청 대표는 시장 테스트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뷰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동영상 속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수업 몰입도가 높아졌다” “AR피디아를 켜기만 하면 학생들이 좋아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AR피디아를 접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북’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 출시돼 20만 세트 가까이 판매됐다. AR피디아는 ‘인터랙티브북’의 해외 버전인 셈이다.
청 대표는 “교육 제품은 언어, 교과 과정이 달라 해외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데 AR피디아를 직접 써본 결과 문화적 이질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약 체결 후 곧바로 대만으로 돌아가 AR피디아 마케팅 및 현지화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중화권에서 AR피디아의 경쟁력을 확신하느냐’라는 마지막 질문에 청 대표는 “그렇다.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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