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위축에 반도체 부진 겹쳐
산업생산 1.4%-소비 2.3% 감소
반도체發 재고율 13%P 급등
“경기 반등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수출 감소와 내수 위축 여파로 4월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여기에 반도체 경기 부진 등으로 제조업 재고율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올 하반기(7∼12월) 경기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의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저조, 하반기 상승)’ 기대와 달리 ‘상저하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반도체발 재고율 역대 최고로 치솟아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 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09.8(2020년=100)로 전월보다 1.4% 줄었다. 이는 지난해 2월(―1.5%) 이후 14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올 2월(1.0%), 3월(1.2%) 양호했던 생산활동이 다시 꺾인 모양새다.
이 중 반도체, 화학제품 등을 포함한 광공업 분야에서 생산 감소가 두드러졌다. 통신·방송장비(13.4%) 등의 생산은 늘었으나 기계장비(―6.9%)와 의약품(―8.0%) 등에서 줄어 전체 광공업 생산은 1.2%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9% 줄었는데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20.2%)와 화학제품(―20.5%)의 감소 폭이 컸다. 반면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보다 16.6% 늘었다.
생산 감소에도 소비 위축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재고율(제품 출하 대비 재고 비율)은 130.4%로 전월보다 13.2%포인트 급등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재고율 상승은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아 이미 생산된 물건이 창고에 쌓여 있다는 뜻이다. 특히 반도체에서 출하가 20.3% 줄고 재고는 31.5%나 늘어 전체 재고율 상승을 주도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도 4월 105.2(2020년=100)로 전월 대비 2.3% 감소했다. 올 2월 5.1% 증가하며 강세를 보였던 소매판매는 3월 0.1% 증가로 둔화하다가 4월 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가 늘면서 전월보다 0.9% 증가했다.
● 반도체 부진으로 ‘상저하저’ 경기 우려
정부는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 등을 근거로 ‘상저하고’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경기 반등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정부가 상저하고 경기흐름을 예상했지만 경기가 올라가는 시점에 대해 여러 가지로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떨어져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했다.
무엇보다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을 밑돌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12.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체로는 반도체 수출이 24.7% 감소할 것으로 봤는데, 이는 올 1월 전망한 연간 감소 폭(전년 대비 ―9.9%)의 약 3배에 가까운 수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경기는 올 하반기까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빨라도 내년 상반기에나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공지능(AI) 분야 성장에 따른 기대감이 있지만 (반도체 시장은) 아직 PC 또는 스마트폰 등 개인적 수요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AI 분야 성장의 영향이 확산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4월까지 산업 동향을 바탕으로 하반기 전망을 명확하게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세계적으로 금리가 높게 유지되고 있는 데다 물가 역시 잡히지 않고 있어 경기 둔화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과 대중(對中) 수출이 회복되더라도 상반기 부진을 완화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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