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계약기간 내 사업장 변경 금지 등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외국인력 정책토론회 : 사업장 변경 이대로 괜찮은가?’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도입되는 비전문 외국인력(E-9 근로자)을 활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현장 애로를 청취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중기연) 연구위원이 발표한 ‘외국인력 사업장 변경에 따른 중소기업 애로사항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의 42.3%는 고용허가제로 첫 직장에서 1년 미만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68.0%는 사업장 변경을 위해 계약해지를 요구한 외국인근로자가 존재했다고 답했고 6개월 이내에 계약해지를 요구받은 곳도 58.2%에 달했다.
계약해지를 요구받은 중소기업의 96.8%는 계약을 해지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시 중소기업 81.2%는 대체인력 구인애로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조사는 외국인 근로자 활용업체 500개 업체 대상으로 이뤄졌다.
노 연구위원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음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시도할 때 사업자에게도 최소한의 대응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며 “사용자 귀책이 아닌 경우 초기 일정 기간은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사업주와 근로자 간 분쟁 발생 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조정기구의 마련과 장기 근속 근로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및 구인·구직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정보제공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도 “현 정부의 외국인력 정책 중 도입 인력을 늘린 것은 만족스럽지만 제도 개선 측면에서는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개선이 이뤄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작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이 보다 속도감 있게 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체 대표들은 이날 토론회에 참여해 현장에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공작기계, 선박 부품 등을 생산하는 한국기전금속의 김동현 대표는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입국하자마자 상대적으로 업무가 쉬운 업종으로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태업으로 일관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 해지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E-9 비자를 업종별로 세분화하고, 이직하더라도 동일 업종에서만 근무할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사출 업체 동진테크의 이동수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장 이전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꾀병을 부리며 일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사업장을 변경해주고 새로 받은 근로자도 똑같은 요구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영세기업 입장에서는 대응할 수단이 없어 고용노동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현장의 실정을 제대로 알고 신속한 제도 개선으로 어려움을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외국인 근로자 활용에 따른 제도 개선이 시급한 문제는 입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라며 “고용허가제 시행 취지에 따라 사업장 귀책이 없는 경우 계약기간 동안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고,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며 태업 등 부당행위 시 본국으로 출국 조치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해 정부와 국회에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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