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중(對中) 수출이 12개월째 줄면서 대미(對美) 수출과의 격차가 1년 새 3분의 1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더불어 반도체 등 중간재 제조 역량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변화된 무역구조에 맞춰 수출 품목과 지역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22억4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5.2% 줄어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 중 대중 수출은 106억2000만 달러로 20.8% 줄어 12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대미 수출은 94억8000만 달러로 1.5% 감소에 그쳤다. 지난달 대미 수출은 역대 5월 기준 2위다.
이에 따라 지난달 대미, 대중 수출 격차는 11억4500만 달러로 1년 전(37억9900만 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앞서 올 들어 양국 수출 격차는 1월 11억4700만 달러, 2월 8억8700만 달러, 3월 6억9200만 달러, 4월 3억330만 달러로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올 4월 격차는 2003년 4월(2억4800만 달러) 이후 20년 만에 최소였다.
이는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의 대중 무역 규제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의 주요 대중 수출 품목인 중간재에 대한 중국의 수입 대체도 한몫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이 자급자족 경제체제로 발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투자를 꾸준히 진행한 결과 한국에서 수입해 온 중간재에 대한 제조 역량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중국 중심의 수출구조를 바꿔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반도체 등에서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21억 달러 적자로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1995년 1월∼1997년 5월(29개월) 이후 26년 만에 최장 기간 무역적자다. 하지만 월별 무역적자 폭은 역대 최대였던 올 1월(125억3000만 달러) 이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5월이 지나면 적자 폭이 개선될 것이다. 4분기(10∼12월)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의 대외 실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도 올 하반기(7∼12월)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업종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53.3%가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증가 이유로 ‘주요 수출 대상국의 수요 개선’(60.0%)과 ‘생산 및 물류 차질 해소’(21.3%)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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