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트리’ 신일, 법정관리 신청…중견 건설사 도산 우려 현실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일 16시 29분


아파트 브랜드 ‘해피트리’로 알려진 중견 건설사 신일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올해 하반기(7~12월)에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일은 1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13위, 업력 39년의 중견 건설사마저 부동산 시장 침체와 미분양 증가 등에 따른 자금난을 감당하지 못한 셈이다.

신일은 최근 현금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4월 울산에서 분양한 ‘울산 온양발리 신일해피트리(일반분양 93채)’에 청약통장이 6개밖에 접수되지 않았다. 신일의 지난해 말 기준 1년 이하 만기 채무는 약 230억 원으로 전년(175억 원)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공사 대금 미수금도 지난해 286억 원으로 전년(165억 원)보다 70% 이상 급등했다. 공사를 하고도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뜻하는 미청구 공사 금액 역시 약 125억 원에 달한다. 그만큼 ‘떼일 가능성이 큰 대금’이 많았다는 의미다.

자금난에 시달리며 문 닫는 건설사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2월 시공능력평가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3월에는 범현대가인 ‘HN Inc’(133위)가, 4월에는 대창기업(109위)이 각각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이런 흐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5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66.4로 전월 대비 13.8포인트 하락해 올해 1월(63.7) 이후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CBSI는 건설기업 설문조사로 산출한 경기실사지수다. 기준선(100)을 밑돌면 건설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5월은 통상 건설사들의 분양이 가장 활발한 시기지만, 지난달 분양물량은 약 1만4000채로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분양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뒤로 미룬 영향이 크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5월 계획 대비 아파트 분양 실적이 저조해 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시행사 대표는 “고금리와 분양 시장 침체 등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이나 분양 일정이 ‘올스톱’되면서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긴 건설업체가 한둘이 아니다”며 “하반기 중견·중소 건설사 줄도산이 현실화하기 전에 건설업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정부의 분양 시장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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