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전환하고 매수심리가 일부 회복세를 보이면서 집값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는 직전 거래가보다 수억원이 오른 가격에 거래되기도 하고, 호가도 이에 맞춰 오르는 추세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로 전주(0.03%) 대비 0.01%포인트(p) 올랐다. 지난주 0.03% 올라 1년여 만에 상승 전환한데 이어 2주 연속 오름세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5월5주(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3.1로 지난주(80.7) 대비 2.4포인트(p) 상승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아직은 매수심리가 기준선을 뚫어내진 못했으나 지수가 3개월 이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실제 현장에선 이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일부 단지의 경우 직전 거래가 대비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과거의 시세를 회복해 가고 있다.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16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한때 20억원에도 거래됐던 해당 평형은 14억원대까지 거래가가 내린 바 있다. 그러다 급매가 소진되자 서서히 가격을 높이는 모습이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23억1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며 직전월 보다 1억~2억원 수준이 올랐다. 그동안 20억~22억원대의 거래는 종종 있었으나 23억원이 넘어서기는 지난 2022년4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인근의 잠실 엘스도 회복세다. 전용 84㎡가 지난달 22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 19억원대에 거래됐지만 올초부터 20억원, 21억원의 거래가 연달아 체결되며 실거래가가 상승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바닥을 다져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당장 가격이 치고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더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와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서울의 경우 지금은 바닥을 다져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제 저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더 떨어질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정부가 연착륙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완화했고,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출시하며 수요가 살아난 영향도 있다”고 부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서울의 집값이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며 “큰 폭의 변화 없이 일종의 박스권에 갇힌 것처럼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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