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금 보유량 외화자산의 1%로 제자리
“유동성 낮고 시장에 예상치 못한 시그널 줄 수 있어”
한국은행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금 보유 확대보다 미달러화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은 6일 ‘한국은행 보유금 관리현황 및 향후 금 운용 방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보유금 104.4톤을 전량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보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외화자산에서 금 보유비중은 1.1%에 그친다. 미 달러화의 비중은 70%를 상회하고 나머지는 유로화·일본엔화·중국위안화 등 기타 통화다.
한은은 “미달러화 비중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가 미달러화 경제권으로서 수입지급통화, 외채통화 구성, 국내외환시장 여건 등을 감안한 것”이라며 “미달러화에 대한 지나친 편중의 부작용 등을 고려해 여타 통화 등으로 다변화해 왔고 금도 같은 맥락에서 일부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금리인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주요국 중앙은행은 대량으로 금을 사들였지만 한은은 금 보유량을 전혀 늘리지 않았다. 한은은 10년째 금 보유량을 동결한 상태고 2013년 32위던 금보유 순위는 지난해 38위까지 떨어졌다.
금 가격은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일정범위(1100~1300달러 내외)에 머물렀는데 2019년부터 상승이 뚜렷해지다, 최근 온스당 2000 달러 수준에서 등락하며 지난해 각국 은행들의 투자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일각의 주장처럼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 확대가 긴요한지(꼭 필요하고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잠재돼 있는 상황에서 금보유 확대보다는 미달러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나은 선택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은 기타통화들과는 달리 시장전망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운용자산이 아니다”며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여타통화들 대비 낮은 데다 만일 시장전망이 바뀌어서 매도할 경우 금은 외환보유액 중에서도 최후수단이라는 인식이 있어 시장에 예상치 못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김중수 전 총재 시절인 2011~2013년 총 90톤의 금을 매입했다. 유럽재정 위기로 금값이 치솟고 타 중앙은행과 비교해 금 보유량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며 금 투자 여론이 커졌다. 하지만 한은이 금을 매입할 당시 금값은 온스당 1200 달러에서 1900 달러까지 뛰었고 금을 사들인 후 금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서 2015년엔 온스당 1045 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여러 해 동안 고점 매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년간 변동이 없었다.
한은은 “금 가격이 이미 전고점에 근접한 상황에서 향후 상승 여력이 불확실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확인했듯이 글로벌 경기에 따라 미달러화의 강세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금 보유 기회비용인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선 점도 가격상승 제약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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