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쟁력 높이는 ‘표준물질’ 개발에 주력해야[기고/허봉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7일 03시 00분


허봉재 에이치시티 대표이사
허봉재 에이치시티 대표이사
에이치시티는 창립 초기부터 무선통신 부문 시험인증을 위한 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다. 최근에는 5G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험인증에 힘쓰고 있으며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 시험인증 및 교정 전문 법인을 설립해 관련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당사 경쟁력의 핵심은 ‘표준물질’로 압축된다.

최근 산업계를 중심으로 표준물질이 부각됨에 따라 정부 지원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상용표준물질 개발·보급사업’을 통해 국내 표준물질 분야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18개 전문기관이 본 사업에 참여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표준물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표준물질 223종을 개발하고 기업 및 연구기관 등에 보급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최초로 입자계수기(파티클카운터) KOLAS(한국인정기구) 인정을 획득한 이래로 당사는 까다로운 기술을 요하는 특수 장비의 KOLAS 교정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입자계수기는 청정공간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며 특히 반도체 제조의 핵심 공정인 클린룸 구축에 필수적으로 적용된다. 당사는 입자계수기 교정에 사용되는 폴리스티렌 구형입자 인증표준물질(CRM)을 오랫동안 해외에서 수입하여 사용해왔다. 그래서 국산 표준물질 개발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2020년부터 2년 동안 상용표준물질 개발·보급 사업에 참여해 표과원, 고려대와 함께 과제를 수행하며 폴리스티렌 표준물질 제조기술과 인증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해 KOLAS 표준물질생산기관 인정을 취득하여 본격적인 생산 보급 체계를 갖추었으며, 국제표준물질데이터베이스(COMAR)에 CRM 등록까지 마쳤다.

해당 표준물질은 이전까지 국산품이 전무하여 100% 해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치솟는 수입단가는 둘째 치고 납기 지연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표준물질을 들여오는 데만 수개월 이상 소비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반면 당사가 국산화한 표준물질은 시장 수요에 맞춘 재고관리를 통해 납기를 획기적으로 줄였으며, 수요 기업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다. 표준물질은 소재, 부품, 장비의 품질과 성능 측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첨단기술의 미래를 좌우하는 산업 경쟁력의 원천이다. 하지만 국내는 표준물질에 대한 관심이 낮고 KOLAS 표준물질생산기관 수도 적은 편이다. 그만큼 외산 표준물질에 의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표준물질에 더욱 주목하고 국내 개발 및 생산이 활성화되도록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기술표준원의 상용표준물질 개발·보급 사업을 비롯해 지원 사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다양한 분야에서 국산 표준물질이 개발, 활용된다면 산업의 정확성과 신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의 역동성을 높이고 기업 성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표준물질 개발과 보급이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표준물질#에이치시티#허봉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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