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플랫폼’ 호응 뜨겁지만
은행 문턱 높고 2금융권은 소극적
‘저축銀→시중銀’ 비중 1%인 곳도
금리 인하 혜택 고신용자에 쏠려
손쉽게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시 후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이자 부담이 큰 중·저신용자들은 제대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 문턱은 높고, 2금융권은 대환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 보니 이들에게는 여전히 대출 갈아타기가 녹록지 않은 것이다. 결국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에 따른 금리 인하 혜택이 고신용자에게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앞서 5일 대환대출 플랫폼으로 신규 유치할 수 있는 대출 한도(월 약 330억 원)를 모두 소진했다. 지난달 31일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가 시작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하나은행과 카카오뱅크도 월 신규 한도를 모두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선보인 대환대출 플랫폼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은행, 저축은행, 카드·캐피털사에서 받은 기존 신용대출을 조건이 더 유리한 다른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준다. 호응도 뜨겁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경우 전년도 신용대출 취급액의 10%와 4000억 원 중 작은 금액을 대환대출 연간 한도로, 이를 달마다 나눈 금액을 월간 한도로 정한 바 있다. 하지만 출시 나흘 만에 한도를 소진하는 은행들이 속속 나오면서 금융당국은 당분간 대환대출 한도를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 상황을 지켜본 뒤 연간 한도를 늘릴지, 연간 한도는 그대로 두되 월간 한도를 없앨지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환대출의 인기가 이처럼 뜨거운 것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 영향이다. 우리은행은 대환대출 서비스 고객에게 0.5%포인트 우대금리를 주고, 자체 앱에서 대출을 갈아탈 때 최대 10만 원의 거래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신한은행도 갈아타기를 마친 고객 일부에게 첫 달 대출이자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존 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플랫폼의 혜택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단 이들이 은행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은행 내부 심사에서 신용점수 등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탈락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이 이달 2일까지 취급한 대환대출 중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옮겨온 비중은 약 1%에 불과했다. 나머지 99%는 은행에서 타 은행으로 옮긴 고신용자였다.
은행권이 대출 고객 영업경쟁을 벌이는 것과 달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대환대출 유치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도 중·저신용자가 플랫폼 출시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된 배경이다. 올 들어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2금융권 금융사들은 대출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벌써 한도를 채우고 있지만 저축은행업계는 대환대출이 활발하게 일어나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 위험을 가리기 어렵다 보니 2금융권에서는 대환대출을 쉽게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달비용이 올라 대출을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고 했다.
한편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이 가계 빚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금융사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고객이 한도를 높여주는 금융사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환대출을 받아간 사례 중 금리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한도를 증액하는 방향으로 대출을 실행한 경우도 있었다. 다만 추가 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안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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