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철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평년보다 많은 강수량이 예상되며, 장바구니 물가 폭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폭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배추, 무 등을 비축해 물가안정에 나설 계획이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여름 폭우 피해로 인한 농산물 물가 급등을 방지하기 위해 비축 품목과 물량 확보 등이 담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상청이 최근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온도가 점차 상승해 올여름(6∼8월)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자 농산물 소관부처인 농식품부가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혹은 아기 예수를 뜻하는 말로, 크리스마스 무렵 한류지역인 페루 연안의 바닷물 온도가 평균 0.5도 이상 상승해 6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수온이 높아지면 영양염류와 용존산소가 감소해 어획량이 감소하고, 전 지구적인 기상이변도 불러온다.
엘니뇨 중에서도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기간이 3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를 슈퍼 엘니뇨라고 한다.
특히 기상청은 최근 ‘3개월 전망’을 통해 엘니뇨가 발달함에 따라 한반도 부근에 저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면서 남쪽에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돼 7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7월은 각각 40%의 확률로 평년(245.9∼308.2㎜)과 강수량이 비슷하거나 많고, 8월은 평년(225.3∼346.7㎜)과 비슷할 확률을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철 사흘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비가 내릴 것이라는 비공식 예보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기도 했다.
잦은 호우는 채소류에 병해충 또는 생육지연·불량 등을 일으킨다. 과일의 무름 현상과 고랭지 채소의 녹아내림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노지채소뿐만 아니라 시설채소 등에서도 생육지연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며 가격을 급등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품질 하락으로 인해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급감하는 등 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지며 일부 작물들은 며칠 새 가격이 폭등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당시 4만4320원이던 청양고추 10㎏ 가격은 3일 만에 7만7280원으로 74.3% 올랐다. 시금치는 4㎏ 기준 11만원에 거래되며 하루 전(6만2000원)보다 77.4% 폭등했다.
올해 호우로 인한 피해는 지난해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과일류의 착과수가 감소한데다, 과채류의 출하량도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5일 과일과채관측 6월호를 통해 사과는 16%, 복숭아는 11%, 배는 19%의 착과 감소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참외 7%, 파프리카 6%, 수박 8%, 청양계 풋고추 6%의 출하량 감소를 나타냈다.
이미 시장 공급이 감소한 과일과채류가 호우로 인해 품질 하락과 더불어 공급량까지 크게 줄며 가격이 급등한 상태로 소비자들에게 판매될 수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호우피해 최소화를 위한 비가림막 설치, 피해 이후 영양제 공급과 함께 배추, 무, 양파, 마늘 등의 물량 비축 등을 담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책은 이르면 이달 말 중 발표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호우로 인한 피해 최소화와 물가안정을 위해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기상상황과 농작물 생육 등을 살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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