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에 성수기 맞은 수박
롯데마트, 감별 작업 4단계서 확대
전체 수박 물량의 95% 당도 유지
이마트-홈플러스 “당도 낮으면 환불”
“수박을 들고 툭 치기만 해도 좋은 수박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무게는 물론 울리는 소리까지 미묘하게 다르거든요. 수박 감별은 사람과 기계가 협업하는 고도의 작업입니다.”
지난달 23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 수박 감별소에서 만난 수박 감별사 국윤택 씨(48). 하루 7000여 개 수박들이 모두 국 씨 손을 거쳐간다. 수박 감별소에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감별사들이 수박을 들고 손으로 일일이 감별한 뒤 정품(正品)과 비품(非品)을 골라낸다. 국 씨가 비품으로 분류한 수박을 갈라 보니, 실제로 속이 무르거나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등 판매하기 어려운 품질이었다.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성수기를 맞이한 수박 산지는 당도 높은 수박을 감별해내기 위한 작업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7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수박 상품(上品) 1개 가격은 2만896원으로 1년 전(2만1750원) 대비 3.9% 하락했다. 전년보다 저렴해진 가격에 일찍부터 수박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수박 판매의 승부처는 당도 감별이다. 소비자들은 수박 사는 걸 ‘뽑기’라고 부른다. 속을 갈라 봐야만 싱싱하고 당도 높은 수박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이 같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당도 높은 수박을 판매하기 위해 기존 4단계로 이뤄지던 수박 감별 작업을 7단계까지 확대 편성했다. 생산지에서 바이어들이 모종의 종류와 모종을 심은 시기, 적절한 수확 시기 등을 적어 장부로 정리하는 단계를 추가한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기존에는 눈대중이나 짐작 등으로 수박을 수확했다”며 “심은 뒤 90일 후 수확하는 걸 가장 적절한 수확 시기로 보고, 하우스별로 각종 데이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인 수박들은 감별소에서 총 5단계의 감별 과정을 추가로 거친다. 수박 감별사들이 손으로 판단한 후 컨베이어벨트로 옮겨 당도와 중량을 측정한다. 당도 테스트를 통과한 수박은 다시 한번 감별사들이 수작업으로 2차 추가 선별 방식을 진행하고 이후 기준을 통과한 수박만을 대상으로 라벨링을 진행한다.
물류센터로 옮겨진 뒤에도 선별 작업은 계속된다. 무작위로 수박을 잘라 본 후 이상이 감지되면 해당 수박이 담긴 박스를 통째로 감별소로 다시 돌려보낸다. 이후 이전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작업 단계를 추가해 전체 수박 물량의 95% 수준을 11브릭스(brix) 이상의 당도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수박 제철을 맞아 유통업체마다 당도 높은 수박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은 구매한 수박의 당도가 일정 이하로 떨어지거나 품질이 불량할 경우 100% 환불 제도를 진행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박은 당도가 천차만별이라 고객들이 안정적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수박을 선별해서 파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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