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1322건 조사… 970명 수사의뢰
“깡통전세” 소개하고 리베이트 받아
세입자 588명 피해금액 2445억
2030 61%… 대부분 수도권 지역
#1. 50대 임대사업자 A 씨는 2021년 공인중개사에게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이른바 ‘깡통 오피스텔’을 추천해달라고 의뢰했다. 그 결과 오피스텔 29채를 돈 한 푼 안 들이고 전세만 끼고 사들일 수 있었다. 특히 매매 계약 시 기존 집주인에게 오히려 현금을 받았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으니 그 차액만큼 받은 것. 매물을 소개해 준 공인중개사에게는 법정 중개수수료보다도 많은 리베이트를 건넸다. 하지만 전세 계약 만기가 돌아온 오피스텔 세입자들에게는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A 씨가 자금 여력이 없는데도 의도적으로 무자본 갭투자를 한 게 문제”라고 했다.
#2. 서울에서 빌라를 신축한 건축주 B 씨는 2021년 분양·컨설팅업자 C 씨에게 비싼 전세 보증금에 세입자를 구해주면 수수료를 주기로 했다. C 씨는 “이사 지원금을 주겠다”며 세입자 15명을 모은 뒤 자금력이 없는 ‘바지 임대인’에게 빌라를 통째로 넘겼다. 결국 세입자들은 전세 만기 때 보증금을 모두 떼였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된 10명 중 4명은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지역은 서울 강서구와 경기 화성시, 인천 부평구 순으로 많아 대부분 수도권에 쏠려 있었고, 피해 세입자 10명 중 6명은 20, 30대였다.
국토부는 8일 전세사기 의심 거래 1322건을 집중 조사해 970명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20∼2022년 계약된 빌라나 오피스텔, 저가 아파트 중 전세사기 정황이 나타난 거래 2091건과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사례를 추려 특별 점검한 결과다. 정부가 전세사기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를 의뢰한 970명 중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414명으로 전체의 42.7%를 차지해 집주인 264명(27.2%)보다도 많았다. 이어 건축주 161명(16.6%), 분양·컨설팅업자 72명(7.4%) 순으로 많았다.
전세사기 의심 거래 피해 세입자는 총 588명으로 20, 30대 비중이 전체 61.3%였다. 피해 보증금 규모는 2445억 원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서구가 833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화성시 238억 원, 인천 부평구 211억 원, 인천 미추홀구 205억 원 등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경찰청 전세사기 특별단속에서는 2895명이 검거됐고, 이 중 288명이 구속됐다. 특히 보증금 편취, 전세자금 대출 사기 등을 공모한 대규모 전세사기 조직 31개가 적발됐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자는 2996명으로 피해액은 4599억 원에 이른다.
경찰은 악성 임대인, 컨설팅업자, 공인중개사, 감정사 등이 공모한 대규모 전세사기 조직 31개 중 6개 조직에 가담한 41명에 대해선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전세사기와 같은 사기죄는 법정형이 징역 최고 10년이지만,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돼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단순 가담자도 주범과 같은 형량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국토부와 대검찰청, 경찰청은 다음 달 24일까지 특별단속을 마친 뒤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하반기(7∼12월) 분석 대상을 4만여 건으로 늘리고 부동산 거래신고 데이터 기반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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