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억 달러… 한달만에 적자로
상품수지, 7개월만의 ‘불황형 흑자’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개선될 것” “만성적자 우려” 엇갈려
4월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매년 4월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금 지급이 집중되는 계절적 요인에다 해외여행 급증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돈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는 7개월 만에 흑자를 나타냈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감소한 ‘불황형 흑자’였다. 대(對)중국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해외여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경상수지가 크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경상수지, 한 달 만에 적자 전환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7억9000만 달러(약 1조 원)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경상수지는 올해 1월(―42억1000만 달러)과 2월(―5억2000만 달러)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뒤 3월(1억6000만 달러) 반짝 흑자를 냈다가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4월 경상수지는 53억7000만 달러 적자로 전년 동기(150억1000만 달러 흑자)보다 203억8000만 달러나 줄었다.
항목별로는 서비스수지가 12억1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적자 폭은 3월(19억 달러)보다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10억 달러 넘는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여행수지가 5억 달러 적자, 운송수지는 3000만 달러 흑자였다.
임금, 배당, 이자와 관련된 본원소득수지는 3월 36억5000만 달러 흑자에서 4월 9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외국인 배당이 늘면서 배당소득수지가 한 달새 31억5000만 달러 흑자에서 5억5000만 달러 적자로 크게 악화한 탓이다.
반면 상품수지는 5억8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내며 지난해 9월 이후 적자 행진에서 탈출했다. 수입(485억3000만 달러)이 전월 대비 89억6000만 달러 줄어든 영향이다. 수출(491억1000만 달러)도 전월 대비 71억5000만 달러 감소했지만 수입 감소액보다 규모가 작았다. 수출은 1년 전보다 16.8% 줄며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특히 반도체(―40.5%), 석유제품(―27.4%) 등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 “하반기엔 흑자” vs “만성 적자 우려”
한은은 경상수지가 1월 큰 폭의 적자를 낸 이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4월 상품수지가 흑자로 돌아섰고,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도 3개월 연속 축소됐다는 것이다. 한은은 경상수지가 5, 6월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개선세가 확대돼 하반기(7∼12월) 흑자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통관 기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5월에 축소됐다”며 “4월 집중된 외국인 배당 지급이 없어지면서 5월엔 본원소득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여름철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 서비스수지가 더 악화될 수 있고, 겨울철로 접어들어 에너지 수입이 늘고 국제유가가 오르면 상품수지도 흑자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와 반도체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올해 4월 대중 정보기술(IT) 수출은 지난해 3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은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 “과거에 비해 높은 재고 수준과 고금리 지속에 따른 내구재 소비 제약 가능성 등으로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