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항공운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당분간 이 같은 고(高)운임 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인건비와 유류비가 오른데다 여행 수요가 꾸준히 몰리고 있기 떄문이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제항공료 소비자물가지수는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국제항공료 물가지수를 100으로 가정할 때 2021년 1분기(1~3월)에는 107.11, 올해 1분기에는 124.5로 집계됐다. 국제항공료 물가지수는 특정 노선에 대한 운임 요금으로 조사되며 항공료 가격 변동 추이를 보여준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운임 상승폭은 더 크다. 대항항공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1인당 평균 국제선 요금은 약 32만 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62만 원으로 올랐다. 코로나 여파로 일본 여행이 금지되며 가격이 더 비싼 장거리 노선 승객이 많았던 지난해 1분기에는 1인당 평균 국제선 요금이 약 83만 원이었다.
항공업계에서는 당분간 항공료가 인하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전히 여행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여행 수요가 몰리며 고운임이 계속되는 일본 노선이 대표적이다. 2019년 1~4월 까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기엔 평균 164명(환승승객 제외) 이 탔다. 2023년 같은 기간에는 170명이 탑승했다. 현재 인천~도쿄 왕복 운임은 40만 원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는데 코로나 19 기간에는 20~30만원대였다.
코로나 이후 물가와 인건비, 유류비 등이 크게 오르면서 항공사들의 비용구조가 악화된 것도 항공운임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항공사들의 유효좌석거리(ASK) 당 비용을 보여주는 지표인 ‘단위공급당 비용’이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항공사의 단위공급당 비용은 2019년 보다 약 29%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단위공급당 비용은 2019년 1분기 1ASK 당 88원(유류비 제외)이었는데, 2023년 1분기에는 106원으로 20.5% 올랐다. 항공사들이 운영 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항공운임을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정학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주노선의 경우 미중 갈등으로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직항편이 크게 줄어든 대신 인천공항을 거쳐 미주로 가려는 해외 환승 승객이 늘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미국을 오간 환승객은 약 79만 명이다. 이미 지난해 환승객 숫자(88만 명)에 근접하고 있으며, 지금 추세로는 2019년 전체 환승객((17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에서 미국으로 가는 승객에 더해, 인천을 거치는 환승 수요까지 늘면서 높은 항공운임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국제 항공 요금이 향후 10~15년 동안 현재 최고 수준에서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항공업계 한 임원은 “운임이 높게 받아도 탑승률은 유지되다보니, 항공사들도 높은 운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추후 일부 노선의 요금엔 등락이 있겠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처럼 항공료가 낮아지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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