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신반포 등 정비사업 이어져
정비사업 끝나면 가구 수 2배 늘고
소득 수준 높아지며 소비력 증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색의 도시계획을 갖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가 노후화된 주택가를 도시재생이라는 수단으로 정비하려 했다면 오 시장은 전면 재건축·재개발을 주된 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
그간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주민 간 의견 충돌로 사업이 잘되지 않았던 노후 불량 주택가에는 시가 직접 나서 정비사업을 돕겠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공재개발과 신속통합기획이다. 그간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높이 제한 등을 완화하고 인허가를 빠르게 내고 공적 지원 인력까지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비사업지 내의 투자가 유망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더 재밌는 투자도 있다. 바로 이 인근의 꼬마빌딩 투자이다.
정비사업이 이뤄지면 인근 꼬마빌딩은 어떤 효과를 누릴까? 첫째, 거주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배후수요가 늘어난다. 정비사업이 이뤄지고 나면 종전보다 2배가량 늘어난 가구가 새 아파트에 입주하게 된다. 둘째, 거주민의 소득수준이 높아져 배후수요의 소비력이 커진다. 마지막으로 생활 동선이 일률적으로 바뀐다. 미로 같은 골목길로 다니던 배후수요가 정해진 출입구로만 다니니 상권의 주 동선도 명확해진다. 인근 상가에서 영업하는 사장님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다.
신정뉴타운에 위치한 한 상가 사례를 보자. 지금은 새 아파트로 에워싸인 자리에 입점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전에는 낡은 주택가에 딸린 상가건물이었다. 1층에 세탁소가 입점해 있었고 2, 3층엔 제대로 된 세입자가 들어와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1층엔 편의점이, 2층엔 스터디 카페가, 3층엔 국어학원과 영어학원이 나란히 입점했다.
상가 맞은편에는 신정뉴타운 신정1-1구역을 재개발한 아파트 단지가 있다. 이 단지 주민 상당수가 오가는 길목에 있는 셈. 1층 편의점 하루 매출은 200만 원이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 내 해당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평균 일 매출액은 약 187만 원이니, 매출이 적지 않은 셈이다.
서울에서 가장 큰 뉴타운 구역으로 지정됐던 장위뉴타운도 살펴보자. 뉴타운 내 신축 단지 바로 건너편 상가가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왔는데, 현재 호가가 37억 원에 이른다. 2019년 말 3.3㎡당 3000만 원, 매매가 총 14억 원으로 매매됐던 상가를 철거하고 새로 지은 상가다. 공사를 하는 동안 길 건너에 정비사업이 진행돼 새 아파트 단지가 입주까지 마쳤다.
통상 3층짜리 꼬마빌딩을 짓는 비용은 7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호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팔리더라도 매입비, 건축비를 내고도 10억 원 넘게 가치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맞은편 재개발 구역의 신규 입주 영향으로 가치가 그만큼 상승한 것이다.
최근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을 수시 신청으로 변경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간 접수를 한 후 선정하는 방식에서 탈피한 것이다. 압구정 재건축지구, 신반포2차 등 많은 단지에서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한다는 말과 함께 그간 정비사업 진행이 멈췄던 성북구 하월곡동, 영등포구 당산동에서도 신속통합기획으로 정비사업을 한다고 한다. 고금리 시대, 꼬마빌딩 투자의 해법을 달라진 서울시 정비구역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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