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점보 사이즈’ 상품 인기
8인 컵라면 사흘만에 5만개 완판
역대급 비주얼 ‘먹방’ 영상도 많아
‘대대익선(크면 클수록 좋다).’
최근 유통업계의 가장 뚜렷한 트렌드 중 하나다. 불황 속에서 닫힌 지갑도 아낌 없이 열게 하는 인기 상품의 공통점이 ‘점보 사이즈’다.
편의점 GS25가 지난달 31일 내놓은 ‘팔도 점보 도시락’은 기존 ‘팔도 도시락’을 8.5배 키운 8인분짜리 초대형 컵라면이다. 누가 사 먹을까 싶지만, 출시 3일 만에 5만 개 물량이 모두 팔려나갔다. 정가 8500원짜리 라면이 현재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최고 3만 원에 팔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유튜브에 ‘점보 도시락 10분 안에 먹기’ 등 각종 먹방과 쇼츠 영상도 많다. 소비 과정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찾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점보 도시락을 사기 위해 동네 편의점 대여섯 곳을 다니는 ‘편의점 순례’를 자청한 소비자도 있다.
버거킹이 4월 선보인 ‘콰트로 맥시멈 미트 포커스드 어메이징 얼티밋 그릴드 패티 오브 더 비기스트 포 슈퍼 미트 프릭’도 점보 사이즈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39자에 이르는 제품명과 패티가 4개씩 들어가는 특대형 사이즈로 출시 때부터 주목 받았다. 첫 주 판매량이 예상 판매량의 150%를 넘었다. 39자 풀네임을 빠르게 입력할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소비자 이벤트에는 2주간 8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특대형, 대용량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1, 2인 가구가 늘면서 소용량, 소포장 상품이 인기를 끌던 것과는 상반되는 현상이다. 역대급 사이즈와 예상 밖의 비주얼 등이 재미를 추구하는 ‘B급 정서’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경기 불황기 대용량이나 다량 구매를 즐기는 ‘벌크업 쇼핑’이 대세인 현상이 겹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용량 선호는 대표적인 불황형 소비 패턴이기도 하다. G마켓이 올해 들어 대용량 상품군 거래액을 전년 동기와 비교했더니 대용량 제품은 12% 늘었고, ‘1+1 상품’ 매출은 16%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구입액이 가장 큰 폭(21%)으로 늘어 비교적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 세대에서 알뜰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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