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유 원유(原乳) 가격 결정을 위한 협상이 본격화됐다. 정부는 지난해 우유 생산비가 급등함에 따라 원유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지난 9일부터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원유 기본 가격 조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낙농진흥회장, 수요자, 유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통계청이 매년 1회 전년도 생산비를 발표하면 생산자와 수요자는 통계청이 발표한 전년도 생산비를 기준으로 당해연도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통계청이 지난 5월26일 발표한 ‘2022년 축산물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우유 생산비는 2021년 대비 115.76원(13.7%) 상승한 958.71원/ℓ로 집계됐다. 사료비와 자가 노동비가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생산자, 수요자, 소비자 등과 논의를 통해 생산비만 반영해 원유 가격을 결정하던 기존의 원유가격 결정 체계를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반영하도록 개선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원유 ℓ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제도 개편 전 ℓ당 104∼127원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축소됐다. 제도 개편으로 원유 가격을 ℓ당 최대 58원 인하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다만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사료비 인상 등으로 농가 우유 생산비가 13.7%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농가의 생산비가 1년 또는 2년 뒤늦게 원유가격에 반영된다. 지난해 상승한 생산비로 농가의 젖소 마리당 소득은 2021년 365만1000원에서 지난해 280만1000원으로 23.3%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작년에 상승한 생산비를 올해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소득 감소에 따른 농가 어려움을 일부라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어느 정도의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우유 원유가격 인상 연쇄효과로 아이스크림, 빵, 과자 등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 물가 상승률은 9.1%로 2014년 8월(11.4%) 이후 8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 물가 상승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류를 제외하면 주요 식품류의 국산 우유 사용률이 낮아 원유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또 지역의 소규모 카페나 베이커리 등 상당수 외식업체는 국산 유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수익이 낮아 이미 저렴한 멸균우유 등 수입산 유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흰 우유 소비가 지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원유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져 낙농산업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원유가격이 인상되더라도 흰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간담회 등을 통해 유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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