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술 유출 위협…‘전직 임원’ 관리는?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13일 11시 31분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반도체나 이차전지 등 국가 전략 산업의 ‘기술 유출’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핵심 기술 유출은 ‘기술판 매국’으로 불리며 최소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경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은 전직 임원을 포함한 인력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기술 유출 행위에 대해 ‘무관용’ 강력 대응을 원칙으로 삼고, 보안 정기 감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사내 문서관리, 네트워크 취약점, 해킹 위협 분야에 대한 관리 체계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보안과 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매년 영업비밀 보안 서약을 받고, 정보보호 부서 차원에서 보안사고 탐지 및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도 가동한다. 퇴직자나 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는 더 철저한 보안 점검을 하고 있다.

특정 인력 유출을 사전에 막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우수 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사실상 정년을 없애 은퇴 나이에도 엔지니어로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제도화한 것이다.

최근에는 협력사에 대한 보안 관리도 한층 강화했다.

보안체계가 비교적으로 잘 구축된 본사보다 핵심 협력사를 통해 기술을 탈취하거나 중소기업의 취약한 보안 관리를 파고드는 방법이 성행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도 엔지니어 중 기술력이 뛰어난 인력을 석좌엔지니어에 해당하는 ‘DE’로 선발하고, 이 가운데 정년 이후까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엔지니어는 고문이나 자문 역할을 맡는 ‘HE’로 위촉한다.

지난해부터는 ‘마스터’ 제도까지 도입했다. 엔지니어뿐 아니라 기술사무직에서 생산 현장의 장비 전문가까지 ‘정년이 없는 인재’ 선발 범위를 더 확대한 것이다.

이처럼 철저한 보안시스템 구축에도 불구, 전직 임직원으로 인한 기술 유출은 계속 늘고 있다.

단적으로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최근 미국 기업 인텔로 이직하기 위해 최신 반도체 초미세 공정과 관련된 국가핵심기술 및 영업비밀 등 33개 파일을 유출하다가 적발됐다.

SK하이닉스에서도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에 유출하고, 삼성전자와 자회사 전직 직원들을 통해 장비 도면을 빼돌린 협력업체 연구소장 등이 기소된 사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서는 한국 기업 임원들의 이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인 에스윈은 삼성전자에서 40년 이상 근무한 전직 사장의 영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영입은 상근이 아닌 경영전략 자문 역할이었지만 당시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해당 사장이 이직을 철회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전 상무도 중국 우성반도체로 이직한 사례가 있다. 이 상무는 중국인 신분으로 삼성전자 중국법인, 글로벌사업부 등에서 근무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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