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서 생산까지 반도체 전분야 공정 전문가
'생산 수율'의 달인으로 은탑산업훈장 받기도
中 '반도체 굴기' 협력하다가 산업스파이 전락
검찰로부터 삼성전자 기술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A 전 상무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 ‘메모리 생산 공정의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1984년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해, 2001년 퇴사 때까지 18년간 삼성전자의 D램 제조 원가와 수율(양산품의 비율) 개선에 공을 세웠다. 2001년에는 발탁 인사를 통해 임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던 A 전 상무는 2002년 경쟁사인 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긴다.
특히 A 전 상무는 하이닉스에서 연구개발(R&D), 제조, 개발 생산, 신기술 등 반도체 제조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기술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2년 메모리연구소(상무)를 시작으로 2004년 개발생산총괄 제조본부(전무), 2009년 신사업제조총괄 본부장 겸 CIS사업부장(부사장) 등을 두루 거쳤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한 사람이 모든 공정의 노하우를 습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A 전 상무는 다양한 부서들을 거치며 제품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A 전 상무는 2000년대 초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하이닉스 경영 정상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로도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009년 ‘제2회 반도체의 날’ 시상식에서 그가 회사 성장의 주역으로 세계 최저 수준의 제조 원가를 달성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서울대 공대와 한국공학한림원 공동으로 선정해 2006년 발표한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태준 포스코 초대 회장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2010년 2월 하이닉스 대표이사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며 회사를 떠났다.
이후 A 전 상무는 한양대 공대교수, STX솔라 대표, 한화큐셀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던 그가 다시 반도체 업계에 등장한 것은 지난 2020년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반도체 컨설팅 업체 진세미(진반도체)가 청두시 정부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다.
그는 합작회사인 CHJS(청두가오전 하이테크놀로지)의 대표를 맡아 중국 메모리 ‘반도체 굴기’에 협력했다.
그가 반도체 ‘공정의 달인’이라는 업계 평가를 고려하면, 바로 이때부터 중국 업체들이 기술 난관에 봉착한 D램 기술 개발과 공정 구축에 중추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특히 A 전 상무 소개로 하이닉스 출신 전직 임원들이 합류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력 200명을 중국 현지에서 고용하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최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A씨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사한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설립하려 한 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까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정 배치도, 설계도면 등을 부정한 방법으로 빼돌려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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