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향하는 카드사…신한·KB ‘웃고’ 롯데·하나 ‘울고’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13일 14시 15분


신한카드 1분기 해외법인 당기순익 전년比 2.5배↑
1천만엔 투입한 '하나카드페이먼츠'는 '개점휴업'

성장 동력에 한계가 온 국내 카드사들이 동남아·중앙아시아 해외 시장으로 영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1분기 당기순익에선 카드사별로 희비가 교차했다. 신한카드의 해외법인 1분기 당기순익이 전년비 2.5배가량 증가한 가운데 일부 카드사의 법인은 흑자 폭이 줄거나 사업 자체를 시작하지 못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해서다.

◆다인구 저성장 동남아 국가들…카드사들 ‘푸른 바다’ 됐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 해외법인의 1분기 당기순익은 90억52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억8000만원보다 133.3% 증가했다.

법인별로는 신한베트남파이낸스가 전년 29억6400만원에서 55억8600만원으로 약 2배 증가해 전체 당기순익의 과반을 차지했다. 신한인도파이낸스는 같은 기간 11억7100만원에서 21억3600만원으로 당기순익이 늘었으며 카자흐스탄 현지 법인 신한파이낸스는 5억7900만원에서 15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미얀마 현지법인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와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등 악재로 8억34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엔 적자 폭이 2억2000만원으로 줄었다.

카드사들이 동남아 등 저성장 국가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셈법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나 간편결제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카드사의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인구 대비 작은 규모의 금융 시장을 지닌 이들 국가들이 카드사들에겐 ‘블루오션’으로 작용했다. 일례로 국제통화기금(IMF)는 베트남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2%로 내다봤다.

이들은 현지에서 자동차 금융과 마이크로파이낸스 등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사회적 취약 계층에 무담보 소액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자동차 금융은 급격하게 불어난 자동차 보급률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선호되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약 2억8000만명으로 세계 4위 수준이며 지난해 기준 약 5%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약 105만대의 자동차와 522만대의 오토바이가 판매됐다. 특히 오토바이의 경우 약 1억2700만대가 공급돼 전체 가정의 보급률은 약 83.3%에 이르고 있다.

◆모두가 웃진 못했다…하나카드는 부진

다만 실적에선 희비가 갈렸다. KB국민카드의 경우 현재 인도네시아·캄보디아·태국 등 3국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 캄보디아 내 리스사 ‘아이파이낸스리싱’을 인수했다. KB국민카드의 올해 1분기 해외법인 당기순익은 47억8300만원으로 전년 동기(29억800만 원) 대비 64.48% 불었다.

법인별로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의 당기순익이 지난해 22억98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32억4500만원으로 늘어 41.2% 증가한 가운데, KB제이캐피탈은 지난해 8억3700만원의 적자를 딛고 1분기 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2016년 말 설립한 미얀마 현지법인 ‘투투파이낸스 미얀마’가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와 마찬가지로 미얀마 현지의 불안정한 정세로 인해 흑자 폭은 줄이 줄어 1분기 당기순익은 6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후발주자인 인도네시아 법인이 ‘효자 노릇’을 했다.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8억8000만원으로 전년(21억1000만운)대비 축소됐지만 전체 당기순익을 견인하고 있어서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투투파이낸스 미얀마는 건전성 관리를 중심으로 내실 경영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우리파이낸스 인도네시아는 영업기반을 확대하고 디지털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외형성장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카드의 베트남 법인 롯데파이낸스베트남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는 성공해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올해 1분기 기준 15억53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 진출 방식에 있어 기존 회사를 인수해 운영비만 들이는 형태가 아닌 시스템 투자나 영업점 확충 등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지출이 크게 발생해서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법인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감소했던 취급고 회복과 리스크 지표 개선 등으로 적자 폭이 개선됐다”며 “4분기 중 흑자전환에 성공해 우량 자산 위주로 자산을 확대하면서 이익이 개선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하나카드의 경우 유일하게 지난 2017년 일본 시장에 ‘하나카드페이먼츠’를 출범했지만 현재까지도 인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이 업체는 일본 지역에서 발생하는 중국인의 ‘위챗페이’ 거래의 매출전표를 하나카드가 매입하여 해당 일본가맹점에 대한 대금지급을 대행함으로써 결제수수료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1천만엔의 자본을 투입했으나 사업은 시작되지 못한 상태다.

하나카드는 과거 사업보고서에서 “설립 초기 3년간은 예상 수익이 미약해 회사의 성장을 유보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업계와 연구원 등 학계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4일 예정된 ‘여신전문금융회사 글로벌 진출 활성화 간담회’을 개최할 예정이다. 당국 관계자는 “특정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보다는 해외 진출 전략 등을 논의하고 청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섬이 많은 일부 동남아 국가의 경우 채권 회수가 쉽지 않아 인력 부담이 늘어나기도 한다”며 “당국에 이같은 지역적·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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