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지원 대상 확대’ 등의 제안 수용 안 해
공정위, 브로드컴 동의의결안 ‘기각’…“요건 안 돼”
공정거래위원회가 브로드컴이 마련한 동의의결안을 기각시켰다. 공정위 관계자는 “브로드컴이 심의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 기술지원 확대 등 위원들의 제안사항에 대해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13일 백브리핑을 열고 브로드컴의 최종 동의의결안을 수용하지 않는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갑질한 혐의가 있는 브로드컴이 중소사업자 후생을 위해 국내 반도체 중소기업에 200억원을 지원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부품 공급과 기술지원을 약속했으나, 공정위는 거래질서를 회복시키기엔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대해서 품질보증, 기술 지원 확대 등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며 “품질보증하고 기술지원은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것과 유사한 상황의 거래상대방 수준으로 부품 공급과 기술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매 부품에 대한 품질 보증 기간을 3년으로 확대 적용하고 3년 동안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이 부분을 보면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해당 기술 지원은 신청인들이 합리적으로 기술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공한다’는 문구도 브로드컴 본인들이 주도적으로 기술지원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2년 3월 이전에 출시된 스마트 기기 제품’ 역시 생산이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당시 사용하던 부품들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기술 지원이 되는 게 아니라 일부분에 대해서만 기술 지원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정위는 전원회의에서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여 동의의결에 넣을 것을 요구했지만 브로드컴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분 무상이 아니라 전체를 무상으로 해 주는 부분이라든가, 기술 지원 제공 여부도 삼성전자가 직접 주도할 수 있도록 문구를 바꾼다거나, 지원 대상을 좀 더 넓히는 것 역시 심의 과정에서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사한 상황의 거래 상대방 수준으로 부품 공급과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는 문구를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사한 상황의 거래 상대방 수준은 현재 비교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허언”이라며 “간접적인 피해 구제 방안인데 이 부분도 사실상 한 발짝 더 나갈 수가 없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기각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관과 브로드컴이 합의했던 안에 대해서 수정을 제안하게 되면 그걸 동의를 해야 하고 (동의를) 하지 않으면 기각하는 형식”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조속히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하기 위한 본안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공정위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동의의결 기각한 게 동의의결 도입 이후 첫 사례인데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요건이 안되어서 동의의결이 기각된거라. 동의의결 개시 신청을 하고 나서 보니까 개시가 인용되면 다음부터는 사무관인 심사관이 피심인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대등하기보다는 ‘을’인 입장이었다. 이에 강하게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동의의결 개시 신청이 인용됐다고 해도 끝이 아니라,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공정위가 기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심사관의 협상력을 제고하는 측면이 있지 않았나 싶다.”
-심사보고서와 전원회의 판단이 다를 수 있겠지만 올해 1월 보도자료를 보면 당시 공정위와 브로드컴이 함께 동의의결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는데 결론이 반대로 나왔다. 오락가락이란 비판이 나온다면 어떻게 생각하는지. ‘피해보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표현이 당시엔 없었는데 명시된 부분을 반영하지 않았던 건지. 당시 브리핑 때 200억원이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최대 금액을 넘어선다고 했는데 변함이 없는지.
“1월에 나왔던 자료에서 ‘공정위’는 (심사관) 쪽을 얘기하는 것이다. 사실 공정위의 의결 자체는 (위원회에서) 부과하고 있는데 심사관이 한 것에 모두 귀속된다면 위원회가 있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이해해달라. 그 다음에 피해 보상 관련해 심사관 쪽에 따르면 동의의결 개시 신청을 하게 되면 협상하는 과정에 있어서 저쪽 동의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사실상 심사관이 수동적인 입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고자 했던 방향보다 훨씬 더 소극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동의의결 개시가 신청되고 나서 아마 협상하는 과정에서는 좀 열세에 있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상생 기금 200억이라는 것은 현재 사건이 거래상 지위남용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사실이다. 아마 맥시멈 200억원을 넘을 수 없는 걸로 안다.”
-심사과정에서 열세가 있다고 했는데, 동의의결 과정을 깨고 과징금 절차를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닌지. 열세가 있었다면 동의의결 제도 존립이 약한 게 아닌지.
“현실에서는 그렇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들었다. 동의의결 중단 요청을 하고 본안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저도 심사관쪽에 물었다. 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얘기를 해서 쉽지 않다는 정도만 알고 있고 그 이유 등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공정위가 올해 1월에 동의의결 내용을 공개하면서 브로드컴 시정 방안에 대해서 평가를 내렸는데 당시엔 심의 절차를 향후에 진행을 한다 하더라도 지금 시정방안에서 나오는 제재 수준을 충분히 넘어서는 시정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제재를 내린다 해도 이 시정방안 수준을 넘어서는 제재는 나오지 못하는 것인지.
“결국 저희가 거래상 지위남용으로 만약 제재를 하게 된다고 하면 시정 조치는 아마 과징금 수준이 될 것 같다. 거래상 지위남용이 될지 안 될지 물론 심의를 해봐야 하지만 어쨌든 거래상 지위남용으로 저희가 제재를 하게 된다고 본 것이다. 예를 들면 기금을 조성하는 상생 부분들은 용도가 정해져서 쓰일 수 있었던 게 과징금이 되어 국고로 환수되어서 국민들을 위해서 쓰일 것이다. 시정 방안이나 조치 내용은 사실상 금지 명령이니까 그 자체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본 사건 심의 재개 일정 절차를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동의 의결 개시에 따라서 본안 심사가 중단이 되었는데 이게 기각됐기 때문에 거래상 지위 남용에 대한 심의 절차가 다시 재개된다. 다만 추후 전원회의를 개최해 공정위가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나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하기 위한 권한 심의를 진행할 것이다. 구체적인 심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될 예정이고 늦어도 연말 전에는 심의가 열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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