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메타테크놀로지’ 개발 뒷얘기
사내서도 반대 많았던 신기술 성공
화면밝기 60%-시야각 30% 높여
“경쟁사들보다 기술력 5년 앞서”
“이거 되는 기술이 맞냐, 상상 속의 기술 아니냐 같은 반대가 정말 많았습니다.”
지난달 말 경기 파주시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만난 배성준 대형 패널 개발담당(상무)에게 ‘메타 테크놀로지’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LG디스플레이의 3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기술인 메타 테크놀로지는 기존 제품보다 휘도(화면 밝기)를 60%, 시야각을 30% 개선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메타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TV용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해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발광 특성을 가진 유기화합물을 사용하는 OLED 패널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보다 색 표현이 풍부하고, 플리커(깜빡임) 현상이 적다. 또 지나치게 노출될 경우 눈 건강에 나쁜 것으로 알려진 블루라이트를 최소화했다. LCD와 달리 백라이트를 쓰지 않아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부품 수가 적다는 점은 친환경 측면에도 유리하다. 그런 OLED 패널에서 약점으로 지목돼 온 건 화면 밝기. 유기물에서 나오는 빛이 패널 내부 반사로 인해 밖으로 방출되지 못한다는 한계 때문이었다.
배 상무는 “디스플레이 개발자들 사이에선 ‘잠자리 눈’이 휘도 개선책으로 거론돼 왔다”고 말했다. 잠자리의 눈을 덮고 있는 ‘겹눈’처럼 미세한 크기의 렌즈를 빛을 내는 유기물에 덧대면 빛 방출을 극대화해 패널 밖으로 나오는 색감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다만 미세한 렌즈를 어떻게 증착할지, 어느 정도의 크기와 곡률을 갖춰야 할지, 소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산단가는 어떻게 맞출지 등 난제가 산적했다. 2013년 처음으로 TV용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한 LG디스플레이도 쉽게 상용화할 수 없었던 배경이다.
초미세렌즈(MLA)를 활용해 TV용 OLED 패널을 생산하자는 계획이 힘을 얻은 것은 2020년에 이르러서다. TV 제조사 같은 고객사뿐만 아니라 TV를 사용하는 최종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화면 밝기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배 상무는 “어느 순간 회사 내부에서도 회의론보다 기술을 개발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고 했다. 2018∼2019년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에서 이와 관련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던 것도 자산이 됐다.
결국 지난해 머리카락 50분의 1 두께인 MLA를 수백억∼수천억 개 증착하는 데 성공했다. 화면 밝기는 최대 2100nt(니트·1nt는 1㎡ 면적을 비추는 촛불 하나의 밝기)로 기존 1300nt보다 60%가량 개선됐다. 초미세렌즈 덕에 TV 화면의 시야각도 기존 제품보다 30% 개선된 160도까지 넓어졌다. 배 상무는 “현재 TV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중 화면 밝기와 시야각 모두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메타 테크놀로지에 적용되는 휘도 강화 알고리즘 ‘메타 부스터’를 사용해 영상의 각 장면마다 밝기 정보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조절해 화면의 밝기와 색 표현력을 높이는 것도 가능해졌다. 배 상무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경쟁사들이 MLA 등 메타 테크놀로지의 핵심 기술을 양산에 적용하려면 최소 5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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