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사람들은 와디를 스니커즈 리뷰어로 알지만 사실 그는 경력 22년 차의 래퍼다. 그는 지난 2001년 친구 두 명과 의기투합해 ‘DS 커넥션’이라는 힙합 그룹을 결성한다. 이후 수년간 홍대 클럽 등에서 공연하며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Scene)에서 이름을 날렸고 ‘뚫어야 산다’, ‘어린 신부’, ‘제니, 주노’ 등 영화 음악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발표한 앨범은 총 4장으로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음악은 없지만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노래들은 있다. 대표적으로 소싯적 싸이월드 시절 미니홈피 BGM으로 인기를 끌었던 ‘좋아합니다’가 DS 커넥션의 노래다.
그런가 하면 와디는 유튜버로 활동하기 전 삼성전자에서 마케터로 일하기도 했다. 숱한 창업 스토리에 등장하는 ‘삼성전자를 박차고 나온’ 사람 중 한 명이다. 그 역시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안정된 고수익 직장을 버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케이스다.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은 있었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어 후회는 없다고.
힙합 그룹의 래퍼, 대기업 마케터, 인기 유튜버까지... 그는 어찌 보면 요즘 젊은 세대가 선망하는 직업을 두루 섭렵했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직업도 갖기 어려운 시대에 그는 어떻게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었고 또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을 들어봤다.
BRDQ 정체가 모호하다. 원래 꿈은 가수였나?
Wadi 성악가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음악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가수를 꿈꾼 적은 없었다. 다만 중학생 때 우연히 힙합 음악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내 빠져들었다. 그래서 당시 많지 않았던 힙합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랩 가사도 쓰고 랩도 하고 그러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에는 힙합이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았고 비트와 가사 그리고 마이크만 있으면 노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또 비트 위에 자신만의 메시지를 입혀 전달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었던 것 같다.
DS 커넥션의 멤버들은 그 당시 함께하던 친구들인가?
아니다. 팻두는 고등학생 때 만났다. 같은 학교는 아니었지만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 나는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유일하게 랩을 하던 학생이었고, 팻두는 그가 다니던 학교에서 랩을 가장 잘하는 학생으로 알려져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은 만나서 두 시간 넘게 비트를 틀어 놓고 프리스타일 랩을 할 정도로 힙합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덕분에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고 ‘영환도사(Soul Caller)’라는 팀을 만들었다. 각자의 이름(영대와 두환)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든 팀 이름이다. 면은 대학교 입학 후 힙합 동아리에서 알게 됐다. 세 명이 처음 만나 의견을 나눈 곳이 당산역이라서 팀명을 DS 커넥션(DS Connexion)으로 정했다.
공연은 물론 앨범까지 발매했을 정도면 음악을 업으로 삼으려고 한 것인가?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공연과 저작권에서 오는 수익은 있었지만 생활을 이어나갈 만큼은 아니었기 때문. 또 학업과 군 복무(ROTC)를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군 복무를 마칠 때쯤엔 여느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운이 좋게 삼성전자에 합격했지만 그 결과 음악을 꾸준히 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남들은 하나도 하기 힘든 인기 직업을 다 경험해 봤다. 비결이 있나?
비결은 없다.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삶에 여백이 없을 정도로. 학교 다닐 때에는 알바도 여러 개 했고 친구들과 많이 놀기도 했다. 그러면서 음악 작업을 했고 학업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운이 좋았지만 취업할 시기엔 남들 하는 만큼 이상으로 노력했다. 회사 다닐 때도 틈이 날 때마다 영상을 만들었다.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간을 배분하는 균형 감각이 비결이라면 비결이겠다. 그리고 나중으로 미루고 후회하기보단 어떻게 되든 일단 해보자는 성격도 한몫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건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나는 좋다고 해서 잠깐 빠진 것이 아니라 오래 해왔다. 음악도 스니커즈도. 꾸준히 하기 위해선 주변 여건과 관계없이 흔들리지 않는 자세가 필요한데 이는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만약 타인의 시선이나 금전적 이익만 생각했다면 지금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진정 좋아한다면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흔들릴 순 있어도 이탈하진 않을 것이다.
개코와의 인연?
유튜브 채널 와디의 신발장에서 인기가 많은 영상 중 하나는 가수 다이나믹 듀오의 멤버 개코의 신발장이다. 조회 수는 약 74만 회에 이른다. 개코의 소장품을 그의 작업실로 옮기는 과정에 함께했던 와디.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이 날이 아니었다.
개코가 군 복무 시절 국군방송에서 라디오를 진행했었는데, 그 프로그램엔 언더에서 활동하는 신인 가수들과 인터뷰하는 코너가 있었다. 와디도 그 코너에 참여했던 한 명이었다. 당시 와디는 직장인이었는데 회사 탕비실에서 전화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유선으로 시작된 인연은 인스타그램 맞팔로 이어졌고 현장에서 만남이 성사되기도 했다. 와디가 다니던 회사의 축제에서.
그 축제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던 다이나믹 듀오. 와디는 개코에게 DM을 보내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줄 수 있냐는 부탁을 했다. 흔쾌히 요청을 수락한 개코 덕분에 와디는 어깨 좀 펴고 다닐 수 있었다고.
누구나 선망하는 회사다. 그만두기까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회사 생활도 만족스러웠다. 모바일 사업부에서 콘텐츠 마케팅 관련 일을 했었는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취미로 하던 유튜브가 큰 성장을 이루면서 어느 순간부턴 콘텐츠 마케팅보다 콘텐츠 제작이 더 재밌어졌다. 무엇보다 신발이 너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매일 놀 듯이 즐겁게 일하고 싶었다. 그리고 미숙한 국내 스니커즈 신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계기는 단순했다. 외장 하드 때문이다. 개인 영상을 외장 하드에 보관했었는데 고장이 난 적이 있다. 다행히 데이터를 복구할 순 있었지만 수리 비용이 비쌌다. 그래서 고장이 없는 안전한 저장 장소를 찾다 보니 유튜브가 떠올랐다. 유튜브를 잘 몰랐던 당시 나에게 유튜브는 웹하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외장 하드에 보관하던 개인 영상들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유독 스니커즈 영상들만 반응이 좋았다. 공간의 제약이나 예상치 못한 손상 등으로 온전한 상태로 보관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서 나만 보려고 찍어둔 영상들이었다. 상하좌우 촬영만 하고 편집도 없이 올린 영상이었고 제목도 무척 단순했다. ‘조던 일레븐 콩코드 2001년 산’처럼 목소리조차 들어가지 않은 영상에 반응이 오자 신기하기도 했고 흥미가 생겼다. 그 이후부턴 제대로 촬영한 영상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와디의 신발장 콘텐츠의 핵심은 무엇인가?
스니커즈 리뷰다. 채널의 시작점이었고 현재도 70~80%가 리뷰 콘텐츠다. 채널 개설 당시와 비교했을 때 차이점이 있다면 단순한 보여주기가 아니라는 것. 보여주기도 하지만 스니커즈와 관련된 이야기도 함께 전하면서 더 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별다른 편집이 없었음에도 발렌시아가의 트리플 S(Balenciaga Triple S Trainer Black White Red) 리뷰 영상이 3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은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니커즈와 관련해서 나름 열심히 쌓아온 덕력이 빛을 본 셈이다. 물론 유튜브가 활성화되기 전부터 꾸준히 아카이빙한 덕분이기도 하다.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는 무엇이고 그 비결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사람이나 제품이 나오는 콘텐츠가 아닐까. 가수 션과 개코의 신발장은 공개한 지 2~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은 이유는 그들이 유명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진 남다른 소장품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션의 신발장이 그렇다. 3년 전, 본인 소장품은 아니었지만 나이키 에어 포스 1 로우 파라노이즈(Air Force 1 Low Para-Noise)을 공개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신발이라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지용아, 난 너 신발 팔지 않았어."
아이돌 그룹 빅뱅 출신 가수 태양은 지난 5월 6일 공개된 웹 예능 '동네스타K3'에 출연해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에서 약 4000만 원에 거래되는 나이키 에어 포스 1 로우 파라노이즈의 판매자가 아님을 밝혔다. 이 제품은 2019년 빅뱅 출신 가수 지드래곤이 나이키와 협업한 기념으로 지인 88명에게만 선물한 스니커즈다. 태양도 그중 한명이었다. 이 스니커즈는 판매용과 달리 나이키 스우시가 노란색인 것이 특징이다. 거래는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트렌드나 구독자 반응. 이를테면 지금 이 시점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 그리고 리뷰 요청을 받은 제품을 먼저 고려한다. 새로 발매되는 스니커즈 리뷰는 물론 핫한 인물이 신은 신발에도 주목한다. 뉴진스가 코카콜라 광고에서 신은 조던처럼. 하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있거나 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영상으로 만들기도 한다. 예전엔 닥터마틴 구두(1461)를 리뷰하기도 했었다.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다. 생계를 위한 수입은 어떠한가?
회사를 다니던 시절처럼 수입이 일정하진 않아도 그때보단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다.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주로 유튜브에서 수익이 발생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나는 와디의 신발장 운영자이기도 하지만 오리지널 랩 대표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랩은 여러 패션 채널들을 운영하고 있다. 론나와 상자의 신발상자를 비롯해 여러 채널들이 오리지널 랩 소속이다. 기존 채널들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채널들도 더 만들 계획이다. 예전부터 유튜브 채널이 단순히 브랜드 광고를 위한 공간으로 소비되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내 패션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다.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새로운 음반은 기대하면 안 되는 건가?
올해 선보일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뛰어난 프로듀서와 래퍼를 섭외해 제작했다. 앨범은 와디라는 이름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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