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리스크에 中 사업부진 겹치자
화장품 업계, 북미 시장으로 눈돌려
中시장 의존도 커 우려 전망도
“국내 미래세대 소비자 잡는게 관건”
국내 뷰티업계가 탈(脫)중국을 본격화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중국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최근 양국 간 외교 긴장이 고조되는 데다 중국 사업이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며 한동안 중국발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에선 탈중국·글로벌 지향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 한자·한방·궁중 다 덜어내는 K뷰티
14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최근 한방 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후)’의 새로운 라인 ‘로얄 레지나’를 선보이며 ‘후’ 브랜드로선 처음으로 용기에서 한자와 궁중 디자인을 뺐다. 그 대신 ‘Whoo’라는 후의 영문 표기만 넣었다. 아모레에 이어 LG생건도 북미 시장으로 무게추 옮기기에 본격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모레퍼시픽도 올해 3월 설화수 용기 전면에서 한자 표기를 빼고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 모델을 앞세웠다. 전속 모델도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2018년부터 기용한 배우 송혜교 대신 북미 시장에서 인지도 있는 블랙핑크 로제를 발탁했다. 아모레는 특히 북미 시장에 공들이고 있다. 올해 3월부터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협업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 K팝, K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러운 피부를 강조하는 한국식 화장법과 기초화장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주춤한 K뷰티, 세대교체로 활로 모색
일각에서는 국내 뷰티업계가 중국에 다걸기하며 성장해온 만큼 단시일 내 과거 같은 황금기를 재현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1분기(1∼3월) LG생건 뷰티사업 부문의 매출은 70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612억 원으로 11.3% 감소했다. 북미지역 매출이 21.1% 늘었지만 중국 매출이 14.1% 급감한 것이 원인이 됐다. LG생건의 주요 지역별 매출 비중은 중국 11%, 북미 8%, 일본 5% 순이다. LG생건은 이달 들어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1분기 북미 시장에서 매출이 80% 늘었지만 중국 매출이 40% 이상 빠지면서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6% 감소한 9137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3% 감소한 644억 원이었다.
주요 뷰티업체들은 브랜드 세대 교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생건 후는 ‘로얄 레지나’ 모델로 기존 배우 이영애 대신 안소희(31)를 발탁했다. 20, 30대부터 안티에이징 관리를 시작한다는 이른바 ‘영 안티에이징’을 새로운 트렌드로 내세웠다. 이니스프리도 11년간 모델로 활약해온 가수 겸 배우 윤아 대신 아이브 장원영, 세븐틴 민규를 새 모델로 발탁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과거 황금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올드한 기존 이미지를 벗고 국내 미래 세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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