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 급증한 태양광 발전으로 인해 올 들어 원자력발전소 출력 감소가 지난해보다 약 6배로 늘었다. 전력 수요가 적은 봄철에 태양광에서 많은 전력이 생산되면서 불가피하게 원전의 발전량을 줄인 것이다. 100% 가동이 원칙인 원전의 잦은 출력 감소는 원전 기기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원전보다 발전 단가가 4배나 비싼 태양광을 한국전력이 사들여야 해 한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13일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올 1월과 3월, 4월에 23회에 걸쳐 원전 출력 감소 조치가 이뤄졌다. 지난해 출력 감소 횟수(4회)의 약 6배로, 발전량으로는 4130MW(메가와트)에 이른다. 1000MW급 원전 4기의 가동을 일시에 중단한 것과 맞먹는 양이다. 앞서 2020년에는 새울1·2호기에서 1200MW, 2021년 새울1·2호기 900MW, 지난해에는 새울1·2호기 및 신한울1호기 700MW의 출력 감소만 이뤄졌다.
올 들어 원전에 대한 출력 감소가 급증한 것은 문 정부 들어 태양광 발전 설비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태양광 발전 설비는 2017∼2022년 연평균 약 2만 개씩 늘었다. 이에 따라 일조량이 많은 날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전력 수요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로 올 4월 9일 낮 12시∼오후 1시에 전국 태양광 발전량은 2만1778MW로 전체 전력 사용량(5만5577MW)의 39.2%를 차지했다.
전력은 부족해도 문제지만 한꺼번에 과잉 공급돼도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력 과잉 공급 시 전력거래소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력 발전소의 출력을 우선 줄인다. 그럼에도 전력이 넘치면 전력시장 운영규칙에 따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보다 원전에 대한 출력 감소가 먼저 이뤄지고 있다. 전국 12만여 개의 태양광 발전소가 난립해 전력 당국이 일괄적으로 출력 감소 지시를 내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도 원인이다.
원전의 잦은 출력 감소는 성능과 수명에 악영향을 끼쳐 안전에 대한 우려를 높일 수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의 출력 변동은 기준에 따라 시행하면 안전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원전 정비보수에 부담을 줄 수는 있다”라고 했다.
값싼 원전 출력을 줄이면서 대규모 적자를 겪는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태양광 발전의 구매 단가는 올 1∼5월 평균 kWh(킬로와트시)당 171원으로 원전(42원)의 4배가 넘는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전력거래소의 발전기 가동 지시에 따라 생산된 전력을 순서대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한전이 임의대로 가격이 싼 원전 전력을 더 많이 사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정부 당시 무리한 태양광 발전 증설은 관련 비위행위 감찰로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감사원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서 비리 혐의를 적발한 것과 관련해 “당시 태양광 사업 의사결정 라인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감사원이 전날 중앙부처 전직 간부와 자치단체장 등의 비리 사례를 대거 적발해 발표하자 공직 감찰을 추가로 지시한 것.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임 정부의 의사결정 라인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태양광 비리와 관련된 의사결정 라인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감찰 결과에 따라 해당자에 대한 징계 요구를 할 수 있고 법 위반이 명백하면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이날 “전임 정부 라인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태양광이 문 정부의 핵심 사업인 점에서 당시 정부 인사를 향한 대대적인 비위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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