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5개 종목의 주가가 14일 갑작스럽게 무더기 하한가를 나타냈다. 앞서 4월 말 8개 종목에 대한 매도 물량이 쏟아졌던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이후 또 한 번 무더기 하한가가 발생하자 금융당국도 즉각 조사에 나섰다. 한 투자 정보 공유 카페 운영자가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이들 종목을 사전에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방림과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 등 4개 코스피 상장사와 코스닥에 상장된 동일금속 등 총 5개 종목이 줄줄이 하한가를 찍었다. 오전 11시 46분 방림이 제일 먼저 전 거래일 대비 29.90% 폭락했고, 이후 낮 12시 15분경까지 동일금속(―30.00%)과 동일산업(―30.00%), 만호제강(―29.97%), 대한방직(―29.96%) 순으로 하한가에 진입했다. 공교롭게도 5개 종목 중 방림과 동일금속 주가는 지난해 12월 16일에도 각각 29.88%, 27.48% 곤두박질쳤다가 이번 하한가를 맞기 전날인 13일 기준 34.50%, 80.76% 오른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들 종목에 대해 거래정지 조치를 취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하한가 5개 종목’ 장기간 여러 배 상승… 작전세력 가능성
제2의 SG사태 우려 증권가 “배후에 투자 카페” 거론
이날 하한가를 맞은 종목들에 대해서는 이미 금융당국이 예의 주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5개 종목 모두 주가가 장기간에 걸쳐 여러 배 상승했다는 점에서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당시의 하한가 종목들과 유사한 특징을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가조작 가능성 등이 의심돼 금융당국이 살펴보고 있던 종목으로 안다”며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의심되는 종목은 철저히 조사하고 혐의 적발 시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국 안팎에선 이번 건을 증권사 차액결제거래(CFD)에서 대량으로 발생한 반대매매를 특징으로 하는 SG 사태와 동일한 유형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한 투자 정보 공유 카페 운영자가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가입자가 수천 명에 이르는 이 카페 운영자 강모 씨는 이 종목들이 부동산 등의 보유 자산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자산주’라는 요지의 분석 글을 집중적으로 작성해왔다.
그러나 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강력히 반박했다. 강 씨는 “시세조종이 아닌 대주주 승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주주행동주의의 일환으로 의결권을 확보하려고 5개 종목의 주식들을 사 온 것이고, 많은 카페 회원들이 동참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동안에도 자신은 보유 주식을 팔지 않았다면서 “심지어 일부 종목은 10년 넘는 기간 동안 투자했던 것도 있고, 내 딸 계좌까지 동원했는데 이번 일로 내 딸이 신용불량자가 될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SG 사태가 도리어 이번 폭락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SG 사태가 터지면서 증권사들이 대출을 막아버렸고, 당장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반대매매를 당해버리는 상황에서 일부 소액주주들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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