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공시 안한 노조, 세액공제 혜택 박탈한다…노조·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 뉴스1
  • 입력 2023년 6월 15일 11시 47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및 UAE투자협력위원회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2023.6.2/뉴스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및 UAE투자협력위원회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2023.6.2/뉴스1
정부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15일 입법예고했다. 회계 감사를 강화하고 회계 공시를 한 노동조합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노조 반발에도 정부가 개정안을 밀어붙이면서 최악의 노정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세액공제 혜택에 대한 감사·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노동계도 무조건적 반대에 나서기 어려워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날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회계감사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자격 구체화 △조합원 알권리 보호를 위한 결산결과 등 공표 시기·방법 규정 신설 △노동조합의 회계 공시를 요건으로 한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 부여 등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입법예고를 거쳐 8월 중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한 후 내년 1월1일부터 개정안을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노동조합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 지원을 위해 노동조합 회계 관련 규정의 실효성을 높이고, 여타 기부금 단체가 결산결과 공시 등 엄격한 회계관리를 요건으로 세제 혜택 등을 받는 것처럼, 회계가 투명한 단체가 국민의 세금으로 활동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동조합의 회계 관리 책임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결산결과 공시 대상은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의 대형 단위 노동조합 및 산하조직이다. 단위노동조합 및 산하조직은 조합비 배분 등을 통해 이들과 세제 혜택을 공유하는 상급단체와 산별 단위노조 등도 결산결과를 공시해야만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행령 개정 효력 시점에 맞춰 2024년에 납부하는 조합비 분부터 적용되며, 노동조합은 직전 회계연도 결산결과를 매년 4월30일까지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노동조합 회계 공시시스템에 공시해야 한다. 노동조합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 중인 고용부는 오는 9월쯤 노동포털에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시행령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는 자격·선출 방법에 관한 규정이 없어 회계 관련 지식·경험이 없는 사람도 선임 가능한 현재 규정을 고쳐 회계감사원을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으로 명문화하는 조항을 넣었다. 특히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경우나 조합원(대의원)의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는 경우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중구난방이던 회계연도 결산결과·운영상황 공표 규정도 다듬어 공표 시기를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회계사·회계법인 감사는 3개월)에 게시판 공고 등 전체 조합원이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공표하도록 했다.

정부는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받기 위해선 고용부의 회계공시시스템에 결산서류 공시를 해야만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도 삽입했다. 소규모 노조의 경우 집행부담 등을 고려해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인 경우에 한정했지만, 해당 노동조합 또는 산하조직으로부터 조합비를 배분받는 상급단체·산하조직 등도 공시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독립 노조가 아닌 양대노총 등 산하 노동조합 대부분은 회계공시시스템에 등록해야 세액공제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정부는 당장 올해 결산서류를 공시한 노동조합에 대해서만 2024년 회비 납부분에 대한 세액공제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해 노동조합의 생명과 같은 대내적 민주성과 대외적 자주성을 확보해 노동운동이 한 단계 더 도약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모두에게 공정한 노동시장은 특권과 반칙, 힘의 논리가 아닌 상식과 정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노동조합은 스스로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솔선수범해 자주성과 민주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근로조건 개선 노력 등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이 강화돼 조합원이 신뢰하고 지지하는 노동조합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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