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중대고장’ 사고 에스컬레이터 업체와 재계약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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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내역 역주행 사고 낸 관리업체
작년 3차례 과징금… 중대고장 2회
코레일 “지자체가 안 알려 몰랐다”
해당업체 10년 이상 경력자 4명뿐… “전문인력 키워 자체검사해야 예방”

분당선 수내역에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로 출근길 시민 등 14명이 다친 가운데 8일 오전 사고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역 2번 출구가 통제되고 있다. 2023.6.8/뉴스1
분당선 수내역에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로 출근길 시민 등 14명이 다친 가운데 8일 오전 사고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역 2번 출구가 통제되고 있다. 2023.6.8/뉴스1
‘역주행 사고’가 발생한 수인분당선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유지·보수·관리업체가 ‘중대 고장’에 따른 사고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는데도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해당 업체와 그대로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서울 등 수도권 지하철과 철도 역사 134곳의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등 약 1400대를 관리하고 있어 코레일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안전 우려를 키운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5일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수내역 승강기 유지·보수·관리를 맡은 A업체는 왕십리역과 한티역에서 발생한 사고로 서울시에서 지난해 1월 각각 과징금 1200만 원과 75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대천역 승강기 기계실 점검을 누락하고 점검 결과도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충남 보령시에서 100만 원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 중 왕십리역과 한티역 사고는 2021년 행안부 조사에서 ‘중대 고장’으로 판정받았다.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향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발생한 수인분당선 한티역 사고의 경우 13명이 탄 엘리베이터 로프가 상층부 도르래에서 빠지며 멈춘 위험한 사고였다. 2021년 5월 경의선 왕십리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는 바람에 탑승객 1명이 중심을 잃고 쓰러져 경상을 입었다. 이번 ‘역주행’ 사고와 상당히 유사한 사고였다.

코레일 과업내용서에 따르면 ‘중대 고장’이 발생하면 다음 계약 때 용역 계약비의 30%를 삭감할 수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지난해 1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업체에 아무런 불이익을 주지 않고 계약을 갱신했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은 “서울시 과징금 처분의 경우 지자체에서 행정처분 사실 등을 알리지 않아 중대 고장 사실 자체를 알 수 없었다”며 “대천역의 경우 인지했지만 중대 고장이 아니어서 계약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중대 고장 판정 여부는 행안부 국가승강기정보센터 홈페이지에 공개되지만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업체의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사고를 낸 업체는 직원 50명이 전국 약 1400개 승강기를 보수한다. 이 중 10년 이상 경력자는 4명뿐이다. 경력 5년 이상 10년 미만은 23명, 5년 미만도 23명이다. 승강기 업계 관계자는 “기술자가 부족하다 보니 승강기·에스컬레이터 관리 업체들이 ‘경력 무관’ 신입 직원 채용을 항상 열어두는 편”이라며 “법적으로 1명당 관리 기기가 100대를 넘기면 안 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는 한 달 동안 100대 넘게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코레일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전문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호 한국승강기대 교수는 “유지·보수·관리 업체 대부분 중소기업인데 이 업체들의 기술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며 “전문인력을 키워 자체 검사를 제대로 실시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권경현 법무법인 진운 변호사는 “코레일이 유지·보수·관리를 외주화한 뒤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코레일이 업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교육 및 인센티브를 업체에 제공하고 제대로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중대고장 사고#에스컬레이터 업체와 재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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