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첨단산업 공세]
고션, 3조원 소재 공장 美심의 통과
“해외상장 등 중국색 빼기 효과” 분석
韓, 광물확보-中과 경쟁 이중 부담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CATL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제를 우회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중국 배터리 업체 고션(궈쉬안)하이테크가 미국 공장 건설 승인을 받는 데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15일 폭스뉴스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고션의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 소재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 매입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고션은 성명을 통해 “CFIUS에 자발적으로 문서를 제출한 결과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고션은 지난해 10월 미시간주 빅래피즈시에 23억6000만 달러(약 3조 원)를 투자해 양극재·음극재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뒤 공장 부지 매입에 나섰다. 지역사회에서 중국 기업 진출에 대한 반발이 나오며 CFIUS가 검토에 나섰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CFIUS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인 투자를 막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고션의 ‘중국색 빼기’가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계 배터리 업체 중 5위 안에 드는 고션은 중국인 리전(李縝) 회장이 세운 기업으로 중국 허페이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2020년 폭스바겐이 지분 26%를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스위스 증시에 상장하는 등 다국적 기업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여전히 리 회장이 경영권을 쥐고 있고 이사회 구성원이 대부분 중국인인, 사실상 중국 기업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의 IRA 우회는 처음이 아니다. 2월 포드와 CATL은 합작사가 아닌 기술제휴 형식으로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경우에도 CATL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3’ 차량에 대해 IRA 규정을 모두 만족시켜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CATL이 호주산 리튬을 수입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만드는 방법으로 규제 틈새를 공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북미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짓고 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의 부담은 커졌다. IRA 규제로 중국 외에서 광물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CATL 등 중국 경쟁사의 입지가 좁아져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했지만 생각과 다른 상황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중국 기업들의 우회 시도를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더 빠르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 일각에서는 전기차 수요 증가만큼 배터리 공급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기조가 ‘중국 중심 배터리 공급망 견제’에서 ‘미국 완성차 기업의 성장’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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