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오카네, 머니. 세상 그 누가 돈에서 자유로울까요. 동전도 지폐도. 돈은 뒤집어서 봐도 돈일 뿐입니다. 그래도 돈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있습니다. 은행, 보험사, 카드사. 그리고 이들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을 출입하는 기자가 돈의 행간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돈의 뒷면, 오늘은 15일부터 가입 신청을 받고 있는 청년도약계좌를 한번 뜯어보겠습니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대통령이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던 대선 공약에 따라 만들어진 정책 금융상품인데요. 일정 소득 이하의 청년들이 매달 돈을 넣으면(자유적립식이기 때문에 납입금은 70만 원 한도 안에서 자유롭고, 납입하지 않는 달이 있어도 별도의 불이익은 없습니다) 정부는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고, 은행은 일반 적금보다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하는 5년 만기 상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청년 200여 명과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등을 주제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올해 우선 11개 은행에서 출시됐는데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최대 금리는 전체 은행에서 6.0%로 결정이 됐습니다. 이 6.0%라는 금리도 연간 총급여가 2400만 원(종합소득은 1600만 원) 이하인 경우에 최대 0.5%포인트가 주어지는 ‘소득 우대금리’를 더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 받기는 쉽지 않은 금리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건이 된다면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은행들의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금융당국에서는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감안하면 적어도 7% 이상, 많게는 8%대 후반 금리의 일반 적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올 4월 은행 정기적금 평균금리가 세전 3.59%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셈입니다. 실제 금리 조건은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https://portal.kfb.or.kr/compare/receiving_youth_leap_2.php )에서 직접 살펴보실 수 있는데요. 기본금리가 높으면서 은행별 우대금리를 최대 한도까지 채우기 쉬운 은행을 선택해서 가입을 신청하면 되겠습니다. 은행별 우대금리까지 더하면 최대 금리가 6.0%인 점은 동일한데 왜 기본금리가 높은 은행이 더 유리한지는 다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정부가 월 최대 2만1000~2만4000원 기여금… 올해 총 3400억 원 지원
‘돈의 뒷면’에서는 이미 한 달여 전에 청년도약계좌를 한번 다룬 적이 있습니다. 아직 금리가 결정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정부의 기여금이 어떤 방식으로 주어지는지 등을 짚었는데요. 다시 한번 요약을 해보자면, 청년도약계좌 기여금으로는 올해 총 3400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습니다. 만 19∼34세 청년 중 개인소득 7500만 원 이하,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 기준을 충족하는 청년이 가입 대상인데요. 소득에 따라서 월 최대 2만1000~2만4000원의 정부 기여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격 조건 등은 지난번 기사(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429/119070530/1 )를 참고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최고 6.0%로 통일했지만 상당수 가입자는 5.5%가 한계
아무래도 가장 큰 관심은 금리일 수밖에 없는데요. 은행들의 1차 공시에서는 IBK기업은행이 최고 6.5%의 금리를 제시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올해 이 상품을 취급하는 11개 은행 모두 최고 6.0%의 금리로 통일이 됐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바뀌는 과정에서 각 은행의 우대금리 조건은 비교적 쉽게 맞출 수 있도록 조정이 됐는데요. 다만, 최대 0.5%인 ‘소득 우대금리’의 조건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가입자에게 5.5%가 최고 금리일 것으로 보입니다. 소득 우대금리는 총급여 2400만 원 이하, 종합소득 1,600만원 이하 등의 요건을 5년 동안 몇 회나 충족시켰느냐를 계산해서 적용됩니다. 총급여가 2400만 원을 초과하는 가입자라면 0.5%의 소득 우대금리는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셈입니다.● “기본금리 높으면서 은행별 우대금리 채울 수 있는 곳이 유리”
이 소득 우대금리는 사실 가입자의 노력으로 바꿀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입을 하려면 각 은행들의 기본금리와 은행별 우대금리 조건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데요. 최선의 선택은 기본금리가 높으면서 은행별 우대금리를 가장 쉽게 꽉 채울 수 있는 은행을 찾는 것이겠습니다. 소득 우대금리 0.5%를 제외하면 기본금리와 은행별 우대금리의 합산은 최대 5.5%로 동일합니다만… 월 최대 2만4000원을 받을 수 있는 정부 기여금에는 기본금리만 적용이 됩니다.
그러니 최종적으로 같은 금리라면 기본금리가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한 셈입니다. 우선, 기본금리의 경우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이른바 5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까지 6곳이 4.5%로 가장 높습니다. 그리고 최대 1.0~1.7%인 은행별 우대금리의 경우 대부분의 은행이 급여 이체를 기본 항목으로 신용·체크카드 사용 실적을 채우거나 최근 거래가 없었던 고객에게 우대 금리를 주는 등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우리은행의 경우 50만 원 이상을 가입 기간의 절반 이상 동안 급여 이체하는 조건만 채워도 1.0%포인트의 최고 우대금리를 준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또 신한은행의 신한카드 결제 우대금리(0.3%포인트)는 금액과 무관하게 매달 한 건 씩이라도 30개월 이상 결제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도 눈길이 갑니다. 사실, 개인마다 이런 조건의 유불리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앞서 안내드린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서 우대금리 조건을 비교해보고 가입 신청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역마진’ 걱정돼 금리 못 높인 은행들… “그만큼 가입자에게 유리한 상품”
사실, 이 금리 결정을 놓고 은행과 금융당국의 줄다리기가 상당히 치열했는데요. 1차 공시에서는 IBK기업은행 혼자 최고 6.5%의 금리를 제시했다가 결국 거둬들이면서 6.0%로 통일이 된 상황입니다. 은행들이 가입자를 더 받는 것이 아니라 덜 받으려는 눈치싸움을 한 결과인데요. 이런 모습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등장하곤 하는 이런 정책 금융상품이 그만큼 가입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청년도약계좌 협약식 및 간담회 행사. 금융위원회 제공
이번 눈치싸움에서도 은행들은 혼자 너무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가 가입자가 확 쏠리는 현상을 우려했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시장 금리 상황에 따라 변수는 있겠습니다만, 사실상 은행이 손해를 보는 ‘역마진’ 가능성이 큰 상품이라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들도 이번 사업에 참여하기를 바랬었는데요.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아무도 신청을 안 한 상황입니다. ‘고금리 이자장사’로 비판받던 시중은행들이야 사회공헌 측면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겠습니다만… 아직 수익성이 그리 좋지 못한 인터넷 전문은행들로서는 피하고 싶었던 상품인 셈입니다.● “모든 혜택 다 받으면 70만 원씩 5년 부어서 5001만 원 수령”
이런 금리 줄다리기 끝에 금융당국은 월 70만 원을 부으면 5년 뒤에 5000만 원 안팎의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구호를 겨우 달성했는데요. 연 소득이 2400만 원 이하여서 월 2만4000원의 정부기여금까지 최대로 받고 6.0% 금리를 적용받는 청년이 매달 70만 원씩을 납부할 경우 5년 뒤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이 5001만 원가량으로 추산됩니다. 물론 3년 고정금리 이후 2년은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변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경우는 어떨까요. 연 소득이 4000만 원인 가입자라면 월 70만 원을 납부했을 때 5년 뒤 최대 4934만여 원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정부기여금이 매달 2만2000원으로 줄어들고 최고금리 역시 소득 우대금리 0.5%를 제외한 5.5%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월 70만 원을 60개월 동안 내면 납입한 원금은 4200만 원인데요. 두 사례에서는 801만 원과 734만 원을 각기 이자로 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자료: 금융위원회
자료: 금융위원회
● “5년 유지해야 기여금·비과세 혜택 받지만 납입은 자유로워”
기여금 지급을 위해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은행들 어르고 달래서 금리도 높여야 하고 우여곡절 끝에 출시된 상품입니다만… 간단하게 요약을 해보면 연 10%에 좀 못 미치는 수익률의 5년 단리 자유적립식 적금 상품입니다. 불과 1, 2년전까지만 해도 각광받던 이런저런 고수익 투자 때문에 유행했던 ‘돈복사’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좀 초라해보이는 수익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만들어냈던 가상자산 투자 열풍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고 이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인출 중단 사태로 고소전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금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고수익도 거둘 수 있는 투자처가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사실 대부분의 투자는 적금이나 저축과는 달리 원금 손실의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청년도약계좌 비대면 상담센터를 현장방문해 상담사와 대화하고 있다.
이날 출시된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한 정책금융상품으로, 5년간 매달 70만원을 적금하면 정부 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을 보태 5000만원의 목돈을 모을 수 있게 설계됐다. 연소득 7500만원 이하면서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인 19∼34세 청년이면 가입할 수 있다. 2023.6.15/뉴스1
이 상품과 관련해 얘기를 나눠본 은행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조건이 된다면 고민 없이 일단 가입하고 보겠다’는 생각이었는데요. 5년 유지 조건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겠습니다만 자유적립식이기 때문에 월 70만 원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납입하면 된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하면 좋을 듯합니다. 가입 조건과 방법, 중도해지 조건 등 자세한 사항은 금융위원회(https://www.fsc.go.kr/no010101/80198?srchCtgry=&curPage=&srchKey=sj&srchText=%EC%B2%AD%EB%85%84%EB%8F%84%EC%95%BD%EA%B3%84%EC%A2%8C&srchBeginDt=&srchEndDt= )에서 직접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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