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치솟은 밀 가격 현재 반토막
라면 소비자물가지수 13% 올라
“소비자 단체가 압력 행사 했으면”
秋 “물가, 이달이나 다음달 2%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말 크게 오른 라면값에 대해 “기업들이 밀 가격을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18일 밝혔다. 국제 밀 가격이 최근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여건을 소비자가격에도 반영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 부총리는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라면 가격에 대해 “지난해 9, 10월에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상 최고로 치솟았던 국제 밀 가격은 최근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5월 국제 밀(SRW) 가격은 t당 228달러로 1년 전(419달러)보다 45.6% 떨어졌다. 추 부총리는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했다.
주요 라면업체들은 국제 밀 가격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 말 라면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농심이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올렸고 팔도, 오뚜기가 각각 9.8%, 11.0%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올렸다. 업체의 가격 인상으로 5월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3.1%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라면업계는 아직 정부로부터 공식 요청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연중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제 밀 가격이 실제 수입 가격에 반영되는 데 3∼6개월의 시차가 있다”며 “소비자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원재료 시세 추이 등을 살피면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위적인 가격 조정 압박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대표 서민음식이라는 특수성은 이해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라면값이 자꾸 표적이 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근 상승세가 주춤한 소비자물가에 대해 추 부총리는 “물가가 전반적인 수준에서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다”며 “이번 달이나 다음 달에는 2%대 물가에 진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3% 올라 2021년 10월(3.2%)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추 부총리는 올 하반기(7∼12월) 역전세 우려와 관련해 “약 50%, 100조 원 상당이 역전세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본다”며 “집주인이 전세 차액을 반환하는 부분에 한해 대출규제를 완화해 집주인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세입자가 선순위 대출에 걸리지 않도록 집주인이 전세반환보증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서는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고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얘기했고, 저희도 하방 위험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며 “경제적 어려움이 터널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과 경상수지에 대해선 “수출은 3분기(7∼9월) 이후로 가면서 서서히 좋아질 것”이라며 “경상수지는 5월 이후 흑자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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