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F 고연봉 논란]
성과지표 공시 등 글로벌 체계 참고
‘단기 성과주의’ 관행 개선하기로
업계서도 “엄격한 기준 마련 필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고액 연봉에 대한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도 국내 증권사의 성과 체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증권사의 연차보고서, 보수체계 산정 방식 등을 취합해 성과급 지급 기준의 타당성을 살펴보고 있다. 앞선 2월 이복현 금감원장도 “부동산 PF, 단기 금융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증권사는 성과급 지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도 증권업계에 만연한 ‘한탕주의’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수의 증권사가 단기 성과에 매몰되는 문화에선 결국 또 제2의 부동산 PF가 나타나는 등 지속적으로 시장에 피해가 전가될 것이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8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성과보수 체계를 개선해 금융사 행태의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단기 성과주의 같은 낡은 관행에서 탈피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사들의 성과 체계를 참고하고 있다. 이들은 임직원들이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는 향후 5년 동안의 주주 수익률에 따라 주요 경영진에게 주식을 지급한다. JP모건의 경우도 임원진이 성과 보수를 현금화하는 데 최소 5년이 소요되는 방식을 도입했다. 바클레이스와 슈로더는 ‘성과 지표’ ‘목표 달성 여부’ 등을 별도로 공시한다는 점에서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성과 보수의 구체적인 산정 방법을 공개하지 않는 국내 금융사들과는 상이한 행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성과급의 40%를 3년 동안 나눠서 지급(이연)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상 회사 자율에 맡겨둔 상황”이라며 “증권사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려면 별도의 방안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 경영진 사이에선 금융당국의 이러한 기조를 환영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엔 ‘손실 발생 시 이연해서 지급할 예정인 성과 보수를 손실 규모를 반영해 재산정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지만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드물다. 당국의 움직임으로 증권업계에서 성과급을 재산정하는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관계자는 “부서, 팀 단위로 경쟁사에 옮기는 사례가 잦고 성과급을 받자마자 퇴사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며 “엄격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과급의 이연뿐만 아니라 조정, 환수가 활성화돼야 증권업계에 장기 성과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투자업 종사자는 다른 산업 대비 근무기간이 짧고 이직이 잦아 단기 성과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정, 환수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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