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는 자기자본 3조 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하반기 시장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로 주시하고 있다. 시행사가 사업 초기 토지 구입을 위해 받는 고금리 단기 대출인 ‘브리지론’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가 국내 증권사 26곳의 지난해 3분기 업무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PF는 총 14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약 58%(약 8조2000억 원)가 브리지론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사의 자기자본 대비 브리지론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비율은 평균 19.3% 정도로 대형사(9.3%) 대비 두 배 이상이었다. 하이투자증권의 브리지론 익스포저가 51.2%로 가장 높았으며 BNK투자증권(37.2%), 다올투자증권(37.2%)도 30%를 웃돌았다.
문제는 금리 상승, 분양가 하락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브리지론의 부실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만기 도래한 브리지론의 상당 규모가 본PF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고 3∼6개월의 만기 연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브리지론에 대한 부담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부실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은 브리지론의 질적인 차이 때문이다. 채무불이행 발생 시 우선으로 변제받기 힘든 중·후순위 대출의 비율이 71.6%로 대형사(35.7%)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금처럼 비수도권의 분양 시장 침체가 이어진다면 손실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도 지방 소재 시공사가 정해지지 않은 브리지론 비중이 높아서 발생한 것”이라며 “각 증권사의 상황에 맞게 리스크를 평가해 별도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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