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규 연체율 1년새 2배… 가계-기업 고금리 충격 현실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0일 03시 00분


경기침체 겹치며 대출 부실화
주담대 금리 다시 상승 국면
은행 건전성 지표도 빨간불
전문가 “연말까지 지속 우려”

고금리와 경기 둔화의 여파가 계속되면서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구와 기업이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에서 새로 발생한 연체액의 비율은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이에 은행의 건전성 지표 역시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출 부실화가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연체율 평균값은 0.09%로 잠정 집계됐다. 1년 전(0.04%)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뛴 규모다. 신규 연체율이란 전월 말 대출 잔액 중 당월 신규 발생한 연체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새로 발생한 부실을 나타내는 지표다.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1∼7월 0.04% 수준을 보이다가 이후 본격적으로 올라 올해 2월 0.09%까지 뛰었다. 3월에는 은행들이 실적 공시를 앞두고 연체율 관리에 나서면서 0.07%로 줄었지만 이후 4월 0.08%, 5월 0.09%로 다시 올랐다. 부실은 가계와 기업 모두에서 늘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8%로 1년 전(0.04%)의 두 배로 올랐다. 이 기간 기업대출 신규 연체율도 0.05%에서 0.11%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전체 연체율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전체 대출 가운데 한 달 이상 원리금 상환이 밀린 대출 비중은 5월 평균 0.33%로 집계됐다. 1년 전(0.20%)보다 0.13%포인트 늘어난 규모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9%, 기업대출 연체율은 0.37%로 1년 전보다 각각 0.13%포인트, 0.15%포인트 증가했다.

올 들어 채권 금리 하락에 금융당국의 압박이 더해지면서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신규 대출 금리의 하락이 기존 대출에는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탓에 대출자들은 금리 인하의 효과를 온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한때 연 3%대까지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다시 4%대로 올라오는 등 이달 들어 대출금리가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어 고금리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와 경기 둔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연체율 상승세는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 부실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행의 건전성 지표 역시 나빠지고 있다. 5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 평균값은 5월 0.29%로, 1년 전(0.25%)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이는 은행의 전체 대출 중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가계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지난해 말 0.18%에서 올해 말 0.3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3월 부실채권 매각으로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줄였지만 한계차주와 기업이 늘면서 다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은행 신규 연체율#고금리#경기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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