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조원의 유혹' 인텔·TSMC EU에 대규모 투자
삼성은 '정중동' 행보…유럽 진출 타당성 검토
유럽판 ‘칩스법’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복잡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단적으로 TSMC와 인텔은 유럽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유럽 지역 투자는 결정된 것이 없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EU(유럽연합)이 2030년까지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총 430억 유로(62조원)를 투입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신규 반도체법 시행에 합의한 이래 유럽발 대규모 투자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미국 인텔은 250억 달러(32조원)를 투자해 이스라엘에 새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폴란드에도 반도체 생산·테스트 시설을, 이탈리아에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조립 공장을 각각 건립한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도 최근 독일 정부와 보조금 수준을 놓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독일 드레스덴에 100억 유로(14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현지 완성차 업계와 협력 방안을 찾고 있다.
◆유럽, 반도체 시장 급부상…삼성전자는 ‘관망’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 적극적으로 유럽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정중동’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 현지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장점 등을 좀 더 따져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법인인 ‘삼성반도체 유럽’의 본사를 독일 뮌헨에 두고 중동·아프리카 등에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 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6969억원으로, 유럽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3번째로 큰 시장이다.
단 같은 기간 미국 판매법인 SSI(40조9075억원), 중국 상하이 판매법인 SSS(16조4912억원), 시안 판매법인 SSCX(4조2242억원) 등 주력 시장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파운드리의 경우 미국과 중국 지역에 대형 고객사(팹리스)가 많고, 메모리 사업의 경우도 전 세계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이 제조되는 중국 시장 비중이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유럽 중소 팹리스 성장세는 주목…삼성도 투자 나설까 ‘촉각’ 반면 메모리 반도체처럼 부피가 작고, 범용 제품인 경우 유럽 현지 생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적은 편이다.
유럽의 경우 물, 전기 등 환경 관련 이슈와 인력 구조·비용 문제도 현지 진출에 큰 벽이다. 유럽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차량용 반도체는 일부 첨단 제품을 제외하면 수익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 오히려 현지 진출에 따른 비효율이 더 클 수 있다.
단 유럽 내 중소 팹리스(설계) 기업이 첨단 산업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파이가 커지고 있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이스라엘 텔아비브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ChipEx2023’에 참석해 최선단 공정인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고객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인텔이 빠른 속도로 파운드리 업계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TSMC는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가 유럽 진출을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미 유럽 국가들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에도 생산시설 유치를 위한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해 11월 방한을 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를 적극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유럽 지역에 생산라인을 가동할 때 어떤 장점이 있을지 많이 고민하는 듯하다”며 “회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숙고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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