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NOW]
인플레에 유통업체 ‘저가 정책’ 위기
수익성 잡으려다 소비자 반발-외면
기업공개 줄줄이 연기돼 생존 위협… 커머스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
물가 인상을 실시간으로 체감하게 되는 작금의 상황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점심과 저녁으로 먹은 순대국밥 9000원, 물냉면 1만2000원을 보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한 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말 기업들이 라면값을 인상한 것을 두고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을 정도로 서민 물가 안정은 시급한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은 기업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리테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전략을 가진 기업들 중 저마다 고수하던 가격 정책을 달리하는 사례들이 있다.
예를 들어 무인양품은 가격 정책의 변화를 꾀하다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인양품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어 모두가 힘든 시기에 상품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 저렴한 가격을 매개로 수요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던 기업이다. 무인양품이 기존에 보유한 이미지와 포지셔닝을 감안했을 때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이 될 법도 했지만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자마자 경영 측면에서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반대로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는 공격적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을 대폭 개선했다. 소규모 점포를 없애고 대형 점포를 물리적 공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리뉴얼해 점포당 매출액을 끌어올렸다. 이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높은 가격을 받아들이게 했다.
두 기업만 보더라도 이미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저마다 깊은 고민을 하고 행동에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향후 정부에서 금리 추가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하반기 추가적으로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금리 인상의 충격파는 고스란히 성장 중인 기업들에 전달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특수를 누렸던 온라인 전문몰을 포함한 각종 버티컬 커머스 기업들엔 치명타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가치평가가 절하되면서 컬리와 11번가의 기업공개(IPO)는 언제 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워졌고, 왓챠는 매물로 나왔지만 인수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LG유플러스가 포기를 선언했다.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을 제공하는 메쉬코리아는 엔데믹 이후 경영난 속 hy로의 매각에 가까스로 성공하며 한숨을 돌렸다.
SSG닷컴과 롯데ON처럼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사업을 기반으로 온라인화에 속도를 내는 기업들과 비교해 보면 이들에게 이번 여름은 더욱 혹독해 보인다.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등 명품 플랫폼들은 고물가로 인한 소비 트렌드 변화로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향후 어려워 존폐 자체를 논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늘어날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또한 일찌감치 공격적 투자와 상장으로 이미 지속 가능한 흑자 상태까지 성장한 쿠팡이나 애초에 적자형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네이버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엔데믹 이후 세계가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선 이후 시작된 커머스 업계의 구조조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