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 서울본부 현판과 오피스텔 건물 내 전기 계량기의 모습. 사진은 레이어 합성. 2023.2.26/뉴스1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21일 오전 공표될 전망이다. 에너지원가 대비 낮은 요금으로 한국전력공사(015760)의 역마진 구조는 여전하지만 물가잡기에 방점을 찍은 정부가 ‘동결’ 결정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3분기 전기요금 산정을 위한 기초자료를 지난 16일 산업부와 기재부에 제출했다. 요금정산은 3분기 연료수입 무역통계 가격에 따라 계산되는데, ㎾h(킬로와트시)당 5원 인하에서 5원 인상의 10원 내 범위에서 이뤄진다.
산업부 고시에 따르면 한전이 적용 직전월 16일까지 산업부와 기재부에 요금산정 자료를 제출하고, 산업부장관이 적용 직전월 20일까지 이에 대한 별도 의견을 내지 않으면 그대로 요금이 확정된다.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 구조를 감안하면 한전은 인상 의견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에 관한 의견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정부 재량에 달려 있다. 산업부가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합의한 뒤 조율된 요금 수준을 한전에 통보하는 구조이다.
천문학적 채무를 안고 있는 한전은 재무정상화를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가 절실하고, 산업부 역시 인상 필요성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 시 전반적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우리나라 산업·수출의 영향, 국민부담 등 파급력이 상당해 한전 채무상환에만 우선순위를 둘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매 분기마다 전기요금을 인상, 원가구조와는 별개로 국민들 저항감이 크다는 점이 정부여당에서 고심하는 대목이다.
대선 직후인 지난해 4월 정부는 kWh당 6.9원을 시작으로 △7월 kWh당 5.0원 △10월 kWh당 7.4원 △올해 1월 kWh당 13.1원 △5월 kWh당 8.0원 등 다섯 차례에 걸쳐 40.4원을 올렸다. 5분기 연속 전기료를 올리면서 이 기간 전기요금 인상률은 36.5%에 달한다.
지난해 정점을 찍은 주요 에너지원 가격이 하락 추세인 점도 전기요금 결정의 주요 고려사항이다. 산업부 통계에 따르면 전년 동기 배럴당 108달러에 달하던 유가는 현재 70달러 안팎을 기록하며 30%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톤당 422달러까지 치솟았던 유연탄 가격도 현재는 톤당 149불로 안정을 되찾았다. LNG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에너지업계에서는 현재 전기요금은 단순 원가와는 동등한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인건비와 부대비용, 송변전선 관리·정비 및 확충 등에 소요되는 금액을 감안하면 아직도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적자가 불어나는 속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채무는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이자부담도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같은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과 경제적 파급력을 두루 고심 중인 산업부는 최근들어선 요금 동결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국제 가격동향이 하향안정화 추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을 토대로 에너지 원재료가격이 추가 하락해도 당분간 현재 가격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한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지난 14일 “국민 부담을 생각할 때 인상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며 “요금 인상은 필요하지만 속도조절 역시 중요하다. (우리나라 산업구조가)제조업 기반이고, 국민 부담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같이 살펴봐야 한다”고 요금 동결을 강력 시사한 바 있다.
아울러 한 달 넘게 전기요금 결정이 미뤄지는 사상 초유의 극심한 진통을 거쳐 ㎾h당 8원을 올린지 한달 반가량 만에 재차 요금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기요금의 민생 파급력 때문에 인상 추진 시엔 당정협의가 예상됐는데, 이번에는 당정간 공식 협의 절차가 없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3분기에는 요금 동결로 무게추가 기울었다는 평가다.
더 나아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된 만큼 향후 정부여당이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쉽사리 꺼내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재 요금이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결정과 관련해선 계속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