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하기 무서워”…전세사기·역전세난서 내 보증금 안전하게 지키려면 [부동산 빨간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2일 15시 00분


‘전세사기’ 여파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전셋값이 계약 당시 가격보다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월하는 ‘깡통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죠.

수도권 전셋값이 최고점을 찍었던 시기는 2021년 하반기(7~12월)였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올해 하반기에는 당시 높은 가격에 체결된 전세 계약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집주인의 전세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전셋집을 찾는 예비 세입자들의 입장에서는 “전세 계약 체결하기가 무섭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빨간펜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독자 분들의 질문이 많았습니다. 이번 빨간펜에서는 ‘전세 매물을 찾아보고, 계약하는 과정에서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Q. 전세 매물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도통 어떤 매물이 안전한지 확신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세 매물을 알아보는 과정의 첫 단계는 전셋값과 매매가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전세 수요자들은 네이버 부동산이나 직방 등 민간업체를 통해 매물 가격을 확인한 뒤 공인중개업소를 찾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때 중개업소에서 제시하는 전셋값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금물입니다. 전셋값이 매매가격 대비 너무 높을 경우 깡통전세의 우려가 크거나 2년 뒤 계약 종료 시점에 역전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탓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내려 받은 전세 실거래 자료 캡처. 전세 계약일과 전용면적, 보증금 규모 등을 알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해당 매물의 전셋값이 적정한 수준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빌라는 다릅니다. 거래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 탓에 현재 시점의 적정 가격을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죠.

이때 국토부의 ‘안심전세 앱(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안심전세 앱은 수도권 연립·다세대주택(빌라)뿐만 아니라 전국의 오피스텔 및 대형 아파트까지 주택 1252만 채의 시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독·다가구주택을 제외하면 국내 전체 주택 중 88%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빌라의 경우 준공 1개월 전후로 시세를 제공합니다. 신축 빌라의 시세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전세사기에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단순히 시세 정보만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의 찾은 매물의 전셋값이 적정한 수준인지도 알려줍니다. 전세 매물의 산정된 시세를 바탕으로 선순위 권리관계, 근저당, 전세보증금 등을 추가 입력하면 전세 계약이 안전한지에 대한 진단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주택 인근의 평균 전세가율을 근거로 적정 전세 보증금 수준도 제시해줍니다. 전세금과 매매 가격을 고려해 해당 주택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 가능한지 여부도 알 수 있습니다.”

Q. 계약서를 쓰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나요?

“주택 상태도 중요합니다. 세대 내부를 꼼꼼히 살피면서 하자는 없는지,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죠.

건축물 대장을 통해 불법·무허가 주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건축 허가를 받은 용도대로 건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불법으로 증축한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세 대출은 물론이고, 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도 불가능합니다. 주변 전세 시세와 비슷한 매물인데 방이 하나 더 있다거나, 같은 면적인데 전셋값이 저렴할 경우에는 불법·무허가 주택을 특히 더 의심해봐야 합니다.

등기부 등본으로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약 근저당권이 이미 설정된 집이라면,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전세금을 변제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다가구주택은 전세권을 확인하는 과정도 거쳐야 합니다. 건물 전체가 한 명의 집주인으로 이뤄져있는 만큼 세입자도 여러 명입니다. 전입세대 열람 내역이나 확정일자 부여 현황 등을 확인해 권리 관계가 앞서 있는 보증금이 얼마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이를 건물의 매매가격과 비교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본인의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지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Q. 집주인의 체납 세금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거주하던 주택이 경·공매로 넘어갔을 때 확정일자보다 법정기일이 앞선 당해세(종합부동산세 등 해당 부동산에 부과된 세금)가 있다면, 정부가 낙찰대금에서 당해세를 거둔 뒤 남은 금액으로 보증금 변제가 이뤄집니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온전히 반환 받을 가능성이 낮은 거죠.

안심전세 앱에서는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단, 계약 체결 전이라면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계약 체결 후에는 집주인 동의 없이도 전국 세무서나 지자체 등에서 관련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제공
안심전세 앱에서는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단, 계약 체결 전이라면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계약 체결 후에는 집주인 동의 없이도 전국 세무서나 지자체 등에서 관련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제공

등기부 등본으로는 집주인의 세금 체납액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전세 계약 체결 전이라면 안심전세 앱을 통해 집주인에게 ‘카카오톡 알림톡’을 보내 국세, 지방세 체납 여부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죠. 다만, 집주인이 동의해야만 관련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공인중개업소에 전세 계약 당일 집주인의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요구하는 세입자도 많습니다.

계약서를 이미 썼다면, 전국 세무서(국세) 또는 지방자치단체(지방세)에서 집주인 동의 없이도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이 시작되는 날까지 신분증과 계약서 사본을 가지고 방문해야 합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계약서에 특약으로 ‘잔금을 치루기 전 집주인의 체납 세금이 확인될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Q. 계약 전 꼼꼼한 확인을 거쳐 문제없는 매물임을 확인했습니다. 계약 시점에 주의해야 할 점은 없을까요?

“계약 당일에는 집주인의 신분을 확인하고, 대리인이 나왔을 경우 임대인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가지고 왔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공인중개업소가 정상적으로 영업 중인 곳인지도 확인 대상입니다. 정상 영업 여부는 국가공간정보포털에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미등록 및 업무 중지 중인 중개업소에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중개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계약서는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로 작성해야 추후 계약 관련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사용하면 임대인의 미납 세금 여부, 확정일자 부여현황 등의 정보도 확인 가능합니다.

계약 당일 발행된 등기부 등본을 재차 확인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처음 등본을 확인한 시기와 계약서 작성 당일 사이에 해당 주택의 권리관계에 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서 특약사항에 ‘잔금일까지 등본상 권리관계에 변동이 있을 경우 임차인은 계약을 파기할 수 있고, 임대인은 계약금 전액을 즉시 상환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것 역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방법입니다.”

Q. 계약 체결 후 입주 시점까지 더 확인해야 할 것은 없나요?

“임대차 계약 신고는 계약을 체결한 당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적으로는 계약 후 30일 이내에만 신고하면 문제가 없지만,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에서 진행하거나 계약서를 가지고 관할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하면 됩니다. 임대차 계약을 신고하면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됩니다. 만약 해당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변제 우선순위가 결정되는 만큼 굉장히 중요한 절차입니다.

전세보증금 잔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전입신고도 바로 진행해야 합니다. 전입신고를 해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인 ‘대항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전입신고는 정부24 홈페이지나 관할 주민센터를 방문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까지 가입하면 전세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절차가 완성됩니다. 전세보증보험이란 집주인이 전세 계약 종료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보증기관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대위 변제하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상품입니다. 보증기관으로는 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등이 있습니다. 기관마다 상품명과 보증 대상, 보증료 등이 다르기 때문에 기관별로 문의 후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전세 계약 체결 시 주요 유의 사항
구분
내용
방법
체결 전
무허가·불법 건축물 여부 확인
건축물 대장
적정 시세 확인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등
선순위 권리관계 확인
등기부 등본
임대인 체납 세금액 확인
세무서 또는 지자체
체결 시
임대인(대리인) 신분 확인
신분증
공인중개사 정상 영업 확인
국가공간정보포털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사용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
체결 후
주택임대차 신고
주민센터 방문 혹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
권리관계 변동 확인
등기부 등본
전입신고
주민센터 방문 혹은 정부24 홈페이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보증기관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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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대해 궁금증을 넘어 답답함이 느껴질 때, 이제는 ‘부동산 빨간펜’에 물어보세요. 동아일보 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빨간펜’으로 밑줄 긋듯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립니다. 언제든 e메일(dongaland@donga.com)로 질문을 보내 주세요. QR코드를 스캔하면 ‘부동산 빨간펜’ 코너 온라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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