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사 내부통제 개선안’
경영진별 책임영역 미리 지정하고
이사회에도 내부통제 책임 부여
“제재 아닌 사고 예방 위한 개편”
각종 펀드 불완전판매와 거액의 횡령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국내 금융회사들이 임원별로 내부통제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또 조직적이거나 광범위한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시스템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묻기로 했다.
22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금융감독원과 함께 금융권 협회장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영국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한 ‘책무구조도’의 도입이다. 금융사 스스로가 경영진별로 내부통제의 책임 영역을 사전에 정해놓도록 해서 금융사고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은 앞으로 최고경영자(CEO)와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등 이른바 ‘C레벨’ 임원을 포함한 임직원에게 내부통제와 관련한 책임 내용을 지정하게 된다. 이에 해당하는 임직원은 대형 은행의 경우 20∼30명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고 관련 제재 절차를 진행하면 ‘내가 어떻게 하급자가 하는 업무까지 다 알 수 있느냐’고 항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책무구조도를 통해 내부통제 책임의 주체와 범위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CEO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도 명확히 하기로 했다. CEO의 경우 전 회사의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의무를 지도록 하되 개별 통제행위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묻지는 않을 방침이다.
다만, 조직적이거나 장기간·반복적 또는 광범위한 문제에 대해서는 시스템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예컨대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례라면 상품 설계와 선정, 판매 등 여러 영역에 걸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CEO를 문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700억 원대 횡령 사건 역시 횡령 사실이 8년간이나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CEO가 책임을 면하기 힘든 사례다.
이와 더불어 금융사 이사회에도 내부통제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이 부여된다. 이사회 심의·의결 대상에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관련 사항을 포함하고 이사회 내부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편의 방점이 금융사 임원 ‘제재’가 아니라 금융사고 ‘예방’에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충실한 관리 조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면 책임을 경감 혹은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내부통제 제도 개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제도 변화가 아니라 조직 전체 구성원의 인식과 가치관을 바꿈으로써 실질적인 행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이미 여러 차례 불완전판매가 되풀이되고 거액의 횡령 및 이상 외화 송금 사태까지 벌어진 가운데 당국이 뒷북 대책을 내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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