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는 절대 ‘분산투자’ 하지 않는다”

  • 주간동아
  • 입력 2023년 6월 25일 10시 38분


‘딸아, 돈 공부 절대 미루지 마라’
박소연 이사 “부자는 덜 먹어도 손실 안 보는 것 중요하게 여겨”

박소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자산전략팀 이사.
박소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자산전략팀 이사.
그의 결혼식에는 어머니가 부재했다. 그가 스물한 살이 되던 해, 악성 림프종을 선고받은 어머니가 10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는 갑작스레 찾아온 어머니와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혼란과 방황 속에서 20대를 보내야 했다. 다행히 좋은 남자를 만나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던 그에게 마흔여섯이라는 나이가 찾아왔다.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나이였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음을 경험한 그는 10대인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글로 써두기로 했다. 책 ‘딸아, 돈 공부 절대 미루지 마라’는 그렇게 탄생했다.

앞선 이야기의 주인공은 2002년 대신증권에 입사한 후 한국투자증권을 거쳐 현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서 투자전략/자산배분을 담당하는 박소연 이사(연구위원)다. 22년 차 현직 애널리스트가 쓴 책은 ‘돈과 인생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더는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을 믿지 마라”고 말한다. 또 무슨 일을 하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한 번쯤 독하게 일에 매달려 끝장을 봐야 하는 ‘결정적 시기’에 관한 조언도 곁들였다.

“4억7000만 원에 판 아파트 지금 27억”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경제지 기자로 1년간 일하다 증권업계로 뛰어들었다. 얼마 전 여성 임원이 드문 증권업계에서 이사로 승진했다. 그에게 20년 넘는 세월 동안 곁에서 지켜본 부자들의 공통점, 미래의 부를 끌어들이는 돈 공부법, 시장이 좋든 나쁘든 흔들리지 않는 투자 원칙 등에 관해 물었다.

딸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돈 공부 미루지 마라’라는 것이 의외다.

“돈 공부를 안 해도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1%나 될까.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돈 공부를 하지 않다 보니 때로는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들을 하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당시 우리 가족은 서울 대치동 아파트에 살았다. 그런데 엄마와의 추억이 남아 있는 집에서 계속 산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동산중개소 앞을 지나다 오랫동안 2억7000만~3억 원을 오가던 우리 집값이 4억 원까지 오른 것을 알게 됐다. 그 정도면 30%가량 오른 가격이고, 분당이나 일산 같은 신도시의 넓은 평형 아파트로 옮겨갈 수 있겠다 싶어 아버지에게 집을 팔면 어떻겠느냐고 말씀드렸다. 결국 우리 가족은 그 집을 4억7000만 원에 팔고 이사했는데 문제는 그 후였다. 그때가 2002년이었는데 집값은 그 뒤로 계속 올라 10억 원을 넘더니 현재는 26억~27억 원 정도 한다. 증시 바닥에 ‘추세는 달나라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추세가 되면 어디까지 상승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당시 경제와 시장에 대해 알았다면 집을 매도하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일로 자산 가격이 한 번 움직이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알았고, 돈 공부를 해야겠다는 처절한 결심을 하게 됐다. 내 딸은 그런 상황을 겪기 전 먼저 돈 공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발견한 부자만의 특징이 있나.

“증권업계에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투자로 위험을 분산하라는 의미다. 그런데 내가 만난 고액 자산가들은 ‘분산투자’를 절대 하지 않는다. 분산투자를 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잘 모르는 자산에 투자한다는 의미도 되는데, 부자들은 자신이 모르는 자산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또 투자를 결심하면 수수료부터 정책, 헤지 여부 등 투자와 관련된 내용을 하나하나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공부하고 그렇게 해서 잘 알게 된 상품에는 큰돈을 투자한다. 또 손실 회피 성향이 아주 강하다. 요즘 많은 사람이 주식(15~30%)이나 코인(40%) 같은 변동성이 큰 상품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느 정도 손실이 나도 다음에 벌면 되지 하는데, 부자들은 소위 ‘덜 먹더라도’ 손실을 안 보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책에 ‘부자들은 -15%면 손절하고, +23%면 매도한다’고 나와 있다.

“한 금융연구소의 ‘웰스 리포트’를 인용한 것인데, 10억 원 이상 가진 부자(개인투자자)는 주식 가격이 15% 하락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팔고, 그 반대 경우에는 처음부터 상한선을 정해놓고 시작해 평균적으로 23% 오르면 매도한다는 얘기다. 사실 내가 만나본 전문 투자자는 손절매 하한가가 -5~-3%였다. 들어갈 타이밍까지 재서 매수했는데, 주가가 조금이라도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 실패한 트레이드라고 생각해 바로 잘라버린다. 그들은 운용하는 돈의 액수가 크기 때문에 손실이 10% 이상 넘어가면 복구가 힘들다고 판단해 일단 팔고 다시 상황을 지켜본다. 보통 손실이 나면 일단 기다리면서 오르기를 기도하는 이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돈 공부 기초 금리·인플레이션·환율 꼭 알아야
돈 공부에서 기초가 되는 것들은 무엇인가.

“모든 것은 금리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주식에 관심이 많은데, 나는 세미나 등에 참석하면 ‘주식은 아우고 채권이 형’이라는 말씀을 드린다. 모든 자산 가격은 채권 금리가 결정하고 채권 금리는 기준금리에서 비롯되기에 금리 흐름을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또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경제 체력은 환율에 다 드러나기 때문에 외환시장 동향을 살피는 것도 기본이다. 또 과거와 달리 현재는 인플레이션이 아주 중요한 변수라서 이렇게 3가지는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공부하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담긴 경제기사 읽기를 권한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조금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종이신문을 보면 중요도에 따라 기사가 배치되고 매체에 따라 같은 상황도 다른 시각에서 풀어내기에 다양한 면을 살필 수 있다. 최소 1년 정도만 헤드라인 뉴스와 인플레이션, 환율 등을 다룬 기사들을 보면 경제에 눈뜨는 기적의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종잣돈을 모아 주식으로 첫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사회초년생이 종잣돈을 열심히 모아봐야 500만~1000만 원 정도일 텐데 첫 투자로 변동성이 큰 주식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통계를 내보면 미국 주식은 연간 변동성이 15~18%, 한국 주식은 20%, 중국이나 신흥국 주식은 25~30%다. 잘 판단했어도 변동성에 의해 15~30% 손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처음 모은 소중한 종잣돈은 일단 예금이나 채권 같은 변동성이 적은 재산으로 굴리면서 투자의 재미를 먼저 알아가는 게 좋고, 주식투자는 그렇게 해서 불어난 이자로 조금 해볼 것을 권한다. 또 주식투자를 할 때는 변동성이 큰 자산 하나에 ‘몰빵’하지 말고 주식, 채권, 금, 달러 등 상관계수가 적은 자산들을 매칭하는 자산배분을 통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젊을 때 투자를 시작하면 천천히 가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투자 비중은 총자산의 5%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는데.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여기서 5%는 평균 개념이고, 실제로 안 하는 분까지 생각하면 5~10% 범위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만약 총자산에서 주식 비중이 5%고 주식 변동성이 20%라면 총자산의 변동 폭은 1~2%로 제한된다.”

‘좋은 주식을 가장 싸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주식시장은 기업가치를 재단하는 시장이지만 꿈을 먹고사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기존에 있던 것은 낮게 평가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분야, 기업합병이나 분할처럼 새로운 상황을 이끌어낼 변화는 높게 평가한다. 그런 타이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는 너무 비싸서 사지 못했던 좋은 주식을 기억해두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보통 1년에 한 번, 많으면 두 번까지 이유 없는 폭락이 발생한다. 삼성전자, 테슬라, LG에너지솔루션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나. 실제로 고액 자산가 중에도 1년에 딱 한 번 주식을 싸게 사 비싸게 파는 분들이 있다.”

첫 부동산 투자는 내 집 마련으로
부동산 투자에 관해서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요즘 상가나 오피스텔 투자에 관심을 갖는 젊은 세대를 많이 보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월세를 받으면 결국 세금으로 다 나가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그것보다는 거주 비용을 아끼면서 사실상 투자도 겸하는 내 집 마련을 첫 투자로 접근하면 좋겠다. 그리고 주변을 보면 자신이 가진 돈에 맞춰 잘 모르는 지역에 집을 마련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보가 없어 좋은 아파트를 고르지 못한 것이다. 투자는 자신이 잘 아는 지역에 해야 한다.”

책을 덮고 나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목숨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기억에 남았다.

“2년 전 책 출간 준비를 하며 틈틈이 써놓은 원고를 출판사에 건넸을 때 ‘당신의 가치관과 현 트렌드가 충돌하는데 어떻게 독자들을 설득할 것이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 무렵 단시간에 돈을 벌어 조기에 은퇴하는 파이어족이 유행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이 나오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경제 환경이 고금리·고물가로 바뀌면서 파이어족이 사라졌고, 최근에는 ‘정신 차려’라며 혼내는 콘텐츠가 유행이라고 한다. 2022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한 소녀가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에게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라고 물었을 때 버핏은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선택은 무엇인가를 특출 나게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나는 입사 후 3~5년간은 사회생활의 초석을 닦는 시기인 만큼 독하게 일을 배워야 한다고 믿기에 일의 비중이 80% 정도 되는 삶을 제안했다. 이런 내 말이 꼰대같이 여겨지는 면이 있을 텐데, 그래도 10명 중 1명 정도라도 내 말의 진정성을 받아들여준다면 보람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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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95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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