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타격속 인건비 부담 가중
자영업자들 ‘주7일 근무’ 하고
서빙로봇 도입 등 고육책 마련도
“과도한 최저임금, 고용위축 우려”
인천 연수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 사장은 최근 두 달째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이 다리를 다쳐 당분간 못 나오게 됐는데, 한 명 더 뽑자니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하는 데다 새로 교육시켜야 해서 엄두가 안 났다. 결국 몸으로 때우기로 한 그는 평일 8시간 근무하고 주말엔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일한다. 그는 “주말 오후처럼 바쁜 시간엔 알바 한 명을 더 썼지만 요즘엔 인건비가 겁나 직접 일한다”며 “18년째 PC방을 운영하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기한이 이달 29일로 다가오며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임박해진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시급(9620원)에 올해 인상률(5%)만 적용해도 1만 원을 넘긴다. 이미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고용 위축과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편의점 무인 점포 3년 새 16배로 급증
A 씨의 PC방은 이미 1년 반 전부터 새벽 타임(오전 3∼9시)은 무인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나마 새벽 타임에 직원을 쓰지 않으면서 인건비 지출이 월 8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줄었다. 다음 달엔 서빙로봇도 들이기로 했다. 서빙로봇이 조리된 음식을 손님 자리까지 가져다주는 동안 ‘사람 알바생’은 카운터를 보는 식으로 업무를 분담할 예정이다. 한 타임에 알바생을 2명씩 둘 형편이 안 돼 찾은 고육책이다. A 씨는 “최저임금이 너무 오르니까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일자리는 줄어드는 꼴”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집권 후인 2018년 16.4%, 2019년 10.9% 등 연이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급격한 인건비 상승은 자영업 분야에서 고용 위축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주요 편의점 4개사(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의 무인점포 수는 2019년 208개에서 2022년 3310개로 3년 새 15.9배 늘었다. 인건비 부담에 무인 점포를 택하는 편의점주가 늘었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 사장은 편의점 2곳 중 1곳을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B 씨는 “무인 점포에서 누가 일부 훔쳐가도 알바생 인건비보단 싸게 먹힌다”고 말했다.
● 최저임금 과도한 인상, 고용 위축 우려
최근 가스비, 전기료 등 고물가와 소비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인건비 상승은 설상가상의 부담이다. 대전 대덕구에서 조개전골집을 운영하는 오모 씨(59)는 “가스비·전기비가 한꺼번에 올라 메뉴 특성상 공과금 내기도 버겁다”며 “늘어난 인건비까지 감당할 수 없어 올해 초 알바생이 그만둔 뒤에는 직원을 더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인건비 인상은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에서 주점을 하는 C 씨는 내년에 메뉴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일이 힘들다 보니 지금도 시급 1만2000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내년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으면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미 소주 값은 6500원을 받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D 씨도 덜 바쁜 시간에 알바생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는 “지금도 주휴수당까지 주면 1만1400원 정도가 나가는데, 최저임금이 1만 원대로 뛰면 인건비 고정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부문의 임금까지 줄줄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원자재 물가가 상승세인 최근 분위기를 고려할 때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은 기업들에 비용 부담을 초래해 고용 위축이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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