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번엔 ‘밀가루 가격’ 인하 요청…제분업계 ‘긴장’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26일 16시 32분


선물 가격 국내 반영시 4개월 시차 있어
“밀 수입가 4% 밖에 안내려…부담 여전”

라면 가격 인하 권고에 나섰던 정부가 이번엔 라면의 주원료인 밀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서면서 제분 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국제 밀 가격이 내렸으니 라면 가격도 내렸으면 좋겠다”며 라면 가격 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제분 업계가 밀가루 가격을 내리면 라면과 빵·과자 등 밀가루를 주 원료로 쓰는 식품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후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삼양사 등 제분업체들과 간담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밀가루 가격 인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국제 밀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 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 통계 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밀 가격은 t당 227.7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19.2달러) 대비 45.6% 하락했다.

제분 업계는 국제 밀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국제 밀 가격은 선물 시장 가격으로 실제 밀 가격이 내려가 생산비에 반영될 때까지는 4~8개월의 시차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인건비와 물류비, 포장재, 에너지 등의 가격은 오르고 있어 원가 부담이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제 밀 가격이 하락했다고 하는 것은 선물 가격을 말하는 것인데, 실제 수입 가격에 반영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3~4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를 반영해 가격을 내리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며 “국제 밀 선물 가격이 40~50% 하락했지만 같은기간 원맥 통관 가격은 4% 밖에 하락하지 않았고, 평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국제 밀 가격은 1년 전보다 46%가량 하락했으나 밀 수입 가격은 4% 수준 밖에 내리지 않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원맥 통관 가격은 t당 421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38달러) 대비 3.9% 하락했다. 원맥 통관 가격에는 선박운임비, 인건비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국제 밀 가격이 하락해도 폭이 작을 수 있다.

원맥 통관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지난해 2월 t당 405달러 였으나 지난해 9월 496달러로 고점을 찍는 등 최고 22.5%까지 뛰었다. 고점 당시와 비교해 지난달 원맥 통관 가격은 15.1%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밀 수입 가격이 지난해 9월 고점 대비 15% 가량 하락하긴 했지만 인건비, 포장재, 에너지 비용 등이 늘어 원가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가 부담이 늘면서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CJ제일제당 등 주요 제분업계의 올 1분기 실적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부진한 상황이다.
대한제분의 올 1분기 소맥분 부문 매출액은 1233억7166만원, 영업이익 8억9558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0.7%로 나타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률(5.1%) 보다 4.4%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조동아원의 제분 부문 매출액은 1105억1147만원, 영업이익은 40억1172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6%로 전년동기(6.4%) 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

CJ제일제당의 올 1분기 식품 부문 매출액은 2조7596억원, 영업이익은 1377억4917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5.0%로 1년 전(6.7%) 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제품 가격 인상으로 매출은 올랐으나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 감소한 것이다.

반면 올 1분기에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지만 2분기부터는 원자재가 하락과 제품 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나면서 제분업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올해 4~5월을 기점으로 밀·옥수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밀 선물가격은 5월 239달러에서 현재 220달러 대로 한 달 새 7% 가량 하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올해 주요 곡물인 밀·옥수수·콩 가격이 12~17% 하락해 2025년까지 연평균 4~7%의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는 올해 대한제분의 소맥분 부문 영업이익이 1.8%, CJ제일제당은 식품 부문 영업이익이 1.0% 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장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 원재료인 밀·옥수수 가격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4월을 기점으로 추가 하락이 나타났다”며 “하향 안정화 되는 곡물 가격에 따라 영업이익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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