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성장 ‘K-넷 포지티브’]
2부 K-솔루션, 해외현장을 가다〈2〉 생태계 보전에 앞장서는 SK
12일(현지 시간)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 호찌민에서 남서쪽으로 160km 떨어진 짜빈성의 미롱남 지역. 호찌민 공항에서 차를 타고 3시간 이동한 뒤 다시 꼬불꼬불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30분가량 들어가면 맹그로브 숲이 울창하게 펼쳐진다. 거대한 메콩강 삼각주의 하부로 바다와 맞닿은 지역이다.
뭍에서 바라볼 때 올해 갓 심어서 1m를 겨우 넘기는 나무부터 5년이 지나 7∼8m에 달하는 나무까지 층층이 쌓여 있었다. 맹그로브 나무는 염분을 걸러내는 담수화 능력이 뛰어나 바닷물에서도 잘 자란다. 해안을 따라 바다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이유다. 맹그로브 숲은 지구 환경에서 매우 중요하다. 탄소 흡수력은 열대우림보다 5배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악어, 도마뱀 등 야생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허파’라고 불리는 이 숲에서 한국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2018년부터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생태계 훼손되자 경제 기반도 무너져
메콩강 삼각주 곳곳은 과거 무분별한 개발 탓에 나무가 듬성듬성해지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수림 역할을 했던 맹그로브 숲이 쪼그라들면서 지반은 침식되고 바닷물이 역류해 “100년 뒤에는 삼각주 일대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맹그로브 숲은 베트남 관광 산업의 발달로 리조트 등 각종 시설이 난립하며 훼손됐다. 새우 양식장도 숲 파괴의 주범이다. 현지 주민들이 나무를 베어내 그 자리에 새우를 앞다퉈 키운 탓이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새우 수출국이 됐지만 환경은 악순환에 빠졌다. 주변 농작지까지 염분 농도가 높아져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고 오래된 새우 양식장도 각종 독성 물질로 인한 오염으로 폐기되는 등 생태계와 생활 기반이 함께 망가진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5월 숲 복원에 처음 나서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셰어링과 현지법인 맹그러브를 세우고 본격적인 식수(植樹) 사업을 펼쳤다. 맹그러브는 짜빈성 최초의 사회적기업이다.
숲 복원의 첫 삽을 뜰 때부터 사업에 관여한 짜빈성 산림보호국 직원 쩐민팟 씨(58)는 “5년간 SK가 숲 복원에 큰 기여를 한 덕분에 짜빈성 일대 자연 생태계가 안정화되고 있다”며 “농작물을 비롯해 수생 생물이 자라는 환경이 점점 개선돼 지역 주민들의 생계에도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 숲이 살아나자 주민 삶도 되돌아왔다
SK이노베이션은 베트남에서 미얀마까지 숲 복원 사업을 확대해 지난해 기준 누적 188ha 규모로 늘렸다. 묘목 기준 70만 그루다. 6년 차에 접어든 올해까지 더하면 200ha를 넘길 예정이다. 2030년까지 맹그로브 숲 500ha를 복원하는 게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매년 기금을 출연해 묘목 구매, 현지 식수 전문 인력 고용 등에 활용하고 계열사 구성원들도 직접 동참해 베트남에서 식수 자원봉사를 해 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나무 심기 사업은 베트남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숲 복원 프로젝트와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 지반이 점차 회복되며 침식과 바닷물 역류로 위협받던 생태계가 복원되고 바닷가 주택들의 붕괴 위험도 줄어들고 있다. 농사를 짓거나 어류를 채취해 수익을 올리던 주민들의 삶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숲 복원이 주민 삶의 복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동네 사람 대부분이 SK에서 나무를 심기 전만 해도 맹그로브 숲 복원의 필요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모두가 문제의 심각성은 물론이고 조금씩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응우옌황통 짜빈성 롱뚜완면 인민위원회 위원장은 “맹그로브 숲 복원 사업은 지역사회 주민들이 숲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방법을 배우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 복원 6년째, 진정성 인정받고 선순환
복원 사업 실적과 노하우가 쌓이며 선순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김항석 맹그러브 대표는 “지난해까지 맹그러브가 운영하는 복원 사업의 90%가 SK 후원이었으나 프랑스, 독일 등 해외 기업들의 문의가 늘며 최근 SK 70%, 그 외 30%로 비중이 달라졌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은 식수 활동뿐만 아니라 주민, 학생을 대상으로 한 환경 인식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짜빈성이 고향인 맹그러브 직원 팜하이티 씨는 “SK가 꾸준히 숲 복원을 하면서 환경에 관심을 갖는 현지 주민도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새우 양식장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양식장에 맹그로브 나무를 심어 생태계와 공존하려는 노력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맹그로브 나무는 병충해 예방과 산소·영양소 공급 역할도 해 무농약·무항생제 새우를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환경단체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보여 주기식’ 아니겠느냐며 색안경을 쓰고 봤다”면서 “하지만 올해 6년 차에 접어드니 ‘SK가 진짜 하려나 보다’라고 진정성을 알아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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