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이 생산하는 무급 가사노동 생산에서 소비를 뺀 흑자 규모가 91조6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사노동 종사보다 소비가 많은 남성은 그만큼 적자를 보고 있었다.
통계청은 최근 국민시간이전계정(NTTA·National Time Transfer Accounts) 통계를 개발하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세대 간 배분 심층분석’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국민시간이전계정은 국민계정(GDP)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생산·소비·이전에 대한 연령별 분포를 보여주는 통계다. 이를 통해 가사노동의 소비와 생산의 차이로 발생하는 개인의 생애주기별 적자·흑자 분포와 이를 충당하는 자원의 재배분 흐름을 성별, 세대별로 파악할 수 있다.
가사노동 생산보다 소비가 많으면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이 적자로, 소비보다 생산이 많으면 흑자로 나타난다.
1인당 가사노동 생애주기 적자(통계청 제공)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기준 가사노동의 생애주기적자(Life Cycle Deficit)를 연령별로 보면, 유년층(0~14세)은 가사노동(돌봄) 소비가 생산보다 많아 131조6000억원 적자였다.
반면 노동연령층(15~64세)은 410조원을 생산하고 281조9000억원을 소비해 128조1000억원 흑자, 노년층(65세 이상)은 80조9000억원을 생산하고 77조4000억원을 소비해 3조5000억원 흑자를 나타냈다.
유년층의 생애주기적자가 노동연령층과 노년층에서 총 3조5000억원이 순이전(유입)돼 충당된 셈이다.
인구 규모에 의한 영향이 배제된 1인당 생애주기적자는 0세에서 가장 높았다(3638만원). 다만 이후 가사노동 생산이 증가하면서 26세에 흑자로 전환됐으며, 38세에는 자녀 양육 등으로 최대 흑자(1026만원)가 나타났다.
성별로 나눠 볼 때 가사노동 생산·소비 격차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는 25세에 가사노동 생산이 증가해 흑자로 진입한 후 가정 관리와 자녀 양육을 중심으로 가사노동 생산을 많게 유지하다가 84세에 이르러 직접 가사노동을 하기보다 돌봄 등을 받게 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이에 반해 남자는 31세에 비로소 가사노동 생산이 소비를 초과하는 흑자로 진입한 후 47세에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여성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가사노동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전환하는 셈이다.
남자는 생애 동안 가사노동 생산보다 소비가 많아 91조6000억원 적자인 반면, 여자는 가사노동 생산이 많아 91조6000억원 흑자였다.
한편 해당 통계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인구의 연령별 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적 자원의 세대 간 배분·이전 흐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마련됐다. 유엔(UN)은 연령 및 성별 경제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민시간이전계정 통계의 작성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통계청은 “해당 통계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가사노동의 연령별 분포를 세부적으로 파악함에 따라 ‘정부의 재정지출’, ‘육아 지원정책’ 등 저출산·고령화 대비 정책 수립의 근거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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