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꼼수’ 아파트 직거래… 국토부 “조사 나설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8일 03시 00분


“시세 1억 아파트, 1억4000만원에”
부동산 법인→법인 대표 직거래 늘어
법인 종부세-사장 양도세 부담 덜어
정부 “집값 자극 우려” 기획조사 예고

#1. 최근 경기 안성시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선 안성 대단지 A아파트 17평형(전용면적 39㎡)이 1억4000만 원에 팔렸다는 사실이 화제다. 지난해 하순부터 실거래가는 물론이고 호가까지 1억 원 밑으로 떨어졌는데, 갑자기 4000만 원 넘게 올라 거래됐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는 대전에 사는 김모 씨(53)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 매물을 직접 사들인 거래였다. 주인은 사실상 같은데 수천만 원 올라 거래된 것.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일반적인 거래가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법인이 법인 대표에게 넘긴 것”이라고 귀띔했다.

#2. 충북 청주시 1300채 규모 B단지 25평형(전용 59㎡)은 올해 총 33채가 팔렸는데 이 가운데 거래액 상위 3건은 모두 지난달 법인이 법인 대표에게 넘긴 직거래다. 이 3건을 매수한 법인 대표는 모두 서울 대구 등 외지인들로 매수 가격이 최저 호가보다 5000만∼6000만 원 높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거래 신고가 뜨자 다른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며 “실수요자들도 집값이 이제 오르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고 했다.

최근 중저가 아파트에서 늘어난 ‘상승 직거래’ 중 부동산 법인이 법인 대표에게 매도하는 거래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주는 사실상 같은데 서류상으로 실거래 가격만 오른 것으로, 법인들이 종부세 부담을 덜고 집값을 띄우기 위해 직거래라는 ‘꼼수’를 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시장 자극을 우려해 상승 직거래도 기획조사에 포함시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지방과 수도권의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주인이 법인에서 법인 대표로 바뀌는 상승 직거래가 활발히 일어났다. 종부세 부담을 느낀 부동산 법인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종부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전까지 매도한 것으로, 매수자가 제3자가 아니라 법인 대표였던 것. 특히 법인 대표는 법인 매물을 매물 호가보다도 수천만 원 비싸게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값이 떨어진 와중에 절세의 목적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집값이 단기 급락해 매수 시점 가격보다 하락해 손해를 보고 매도하기보다 종부세 부담이 적은 개인인 법인 대표에게 넘기는 것. 이때 법인 대표가 시세보다 비싸게 매수하면 향후 집값이 올랐을 때 양도세를 줄일 수 있고, ‘집값 띄우기’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실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수 심리가 꿈틀거리는 상황에서 법인과 법인 대표 간 거래를 일반 거래로 알고 매수세가 움직인다고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거래는 공인중개업소를 통하지 않아 등기부등본을 떼어보지 않으면 거래 배경을 알 수 없다. 실제 상승 직거래가 일어난 광주 한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시세보다 갑자기 수천만 원 오르니까 매수자들이 집값이 더 오르는 게 아닌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부동산을 잘 모르는 분들은 시세가 오른 걸로 착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띄우기나 업계약(실제 거래 가격보다 비싸게 계약서를 쓰는 행위) 등 불법 행위가 일어났는지 조사해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는 “법인이 법인 대표에게 넘기는 거래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자금이 정상적으로 이동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제3자인 개인에게 넘어간 거래도 법인이 매수 자금을 대고 제3자는 명의만 빌려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하락 직거래뿐만 아니라 최근 이뤄진 상승 직거래도 기획조사에 포함해 법인과 법인 대표 간 자금 이동 내역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절세 꼼수#부동산 법인→법인 대표 직거래#집값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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