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3분기 경기전망 부정적
‘상저하고’ 예상과는 다른 흐름
7년만의 엘니뇨, 밥상물가 자극
尹 “하반기 경제회복 총력” 당부
하반기(7∼12월)를 눈앞에 둔 가운데 여전히 경제 상황에 회복 기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 초부터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산업 현장에선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침체 하반기 성장)’ 흐름이 예상만큼 나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3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7∼9월)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 BSI가 91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분기 조사 결과(94)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BSI가 100보다 높을수록 전 분기 대비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이고 100보다 낮을수록 반대다. 올 2분기(4∼6월)에 크게 올랐던 긍정 전망이 하반기로 접어들며 오히려 꺾이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내수(94→90), 수출(97→94) BSI가 모두 낮아졌다. 업종별로도 주력 업종인 정보기술(IT)·가전(83), 전기(86), 철강(85) 등에서 기준치를 크게 하회했다. 상승세를 보이던 자동차(98), 화장품(93) 업종도 부정 전망이 더 많았다. 주력 업종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던 주요 기관들의 전망과는 다른 흐름이다.
정책 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올해 말에도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2%)를 웃돌 것으로 전망돼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데다 재정 투입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여름 7년 만에 ‘슈퍼’ 엘니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에 더해 이상 기후로 식량 원자재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 겨우 둔화세를 보이는 소비자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설탕 가격이 뛰는 등 ‘밥상 물가’가 꿈틀거릴 조짐을 보인다.
경기 부양 재정 여력 역시 충분치 않다. 올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조9000억 원 줄었다.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서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하반기 수출, 투자를 중심으로 민간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경제 정책을 운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하반기에는 국민들께서 변화의 결실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국무위원들이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高물가-中 소비둔화로 3분기까지 침체”… 기업 실적 전망 하향
한은 “물가 다시 뛰어 연말 3%안팎” 中시장 ‘리오프닝’ 예상보다 지체 기업 62% “상반기 목표달성 어려워” 3분기 실적전망도 3개월 만에 낮춰
#1. 삼성전자는 올해 기대작인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목표치를 지난해 대비 1.3배로 잡았다. 전작 출시 때 전년 대비 1.5배로 잡았던 것보다 다소 보수적으로 잡은 목표다. 가전 사업에서도 가동률 조정, 수익성 제고 등 ‘체질 개선’이 하반기(7∼12월)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임원은 “최소 3분기(7∼9월)까지는 시장 침체가 지속될 거라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 자동차, 배터리 업계에선 올 들어 주요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증가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1∼5월 누적 현지 전기차 판매량은 5만69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주요 시장 구매력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전망하는 드라마틱한 우상향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요 업계에서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에 전 세계적으로 수요 위축이 이어지면서 주요 지표들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2307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상반기(1∼6월) 영업실적도 당초 목표에 미달한다고 보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올해 계획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응답 기업의 43.5%가 ‘소폭 미달’을 예상했고, 18.9%는 ‘크게 미달할 것’이라고 응답해 62.4%의 기업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대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가 하향 조정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날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 4조4189억 원에서 이달 26일 기준 3조6478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는 ―1054억 원에서 ―2791억 원으로 적자 전망이 커졌다. 포스코홀딩스는 1조5290억 원에서 1조2507억 원으로, 에쓰오일은 6427억 원에서 5265억 원으로 영업이익 전망치가 줄었다. 이 외에 삼성SDI, CJ제일제당, 현대제철, LG생활건강 등 다수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새 하향 조정됐다.
하반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배경 중 하나로 고물가로 인한 소비 둔화 지속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19일 내놓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등락하다가 연말경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3.3%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으로 기대됐던 중국 시장의 리오프닝(재개)이 예상보다 지체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청년층의 실업률 증가 및 재화 소비 둔화 추세가 이어지며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27일 발표한 ‘국제사회 제재에 대한 러시아 대응 시나리오별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원자재(원유, 천연가스, 석탄) 가격이 10% 상승하면 전 산업의 생산 비용은 0.6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는 가운데 내수 소비도 둔화 추세를 보이는 만큼 소비 진작을 위한 통화 정책이나 수출 둔화 문제를 해소할 중장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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